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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핑
왕안이 지음, 김은희 옮김 / 어문학사 / 2014년 4월
평점 :
푸핑
- 왕안이 지음
- 김은희 옮김
- 펴낸곳 : 도서출판 어문학사(초판1쇄 발행 2014.4.30), 383쪽
최근들어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국의 여성 소설가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어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다.
이 작품의 작자인 왕안이 또한 내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작품을 읽기에 앞서 작가의 이력을 보니 극작가인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징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따라 상하이로 이주하여 학창시절을 보냈다.
장쑤성 쉬저우의 문예공작단과 아동시대의 편집을 맡으면서 글쓰기를 다져왔다.
그녀의 처녀작 <들판위에서>, <69학번 중학생> 등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경험이 스며들어 있는 성장소설을 썼으며, 그후 지청소설, 심근소설 등을 썼다.
역자에 따르면 왕안이는 상하이의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우며, '해파문학의 계승자'로 간주하고 "상하이의 오늘과 과거를 세밀히 서술하고 인생길의 인정세태를 깊이 헤아리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왕안이의 작품중 상하이의 색깔과 냄새를 가장 짙고 강하게 보고 맡을수 있는 작품은 <장한가>와 <푸핑>이다.
<장한가>의 자매편이라 일컬어지는 <푸핑>은 문화대혁명 직전인 1964년과 1965년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푸핑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20개의 장으로 나누어 그려냈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 눈앞에 상하이의 번화가인 화이하이로와 변두리인 쟈베이나 판자촌의 모습이 그려지곤 했다.
상하이의 60년대를 배경을 바탕으로 명절 풍습과 생활상을 세세하게 잘 그려내어서 풍속화를 펼쳐보는 듯하다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감으로 상하이로 올라온 푸핑은 주인집과 그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동화되지 않고 늘 겉도는 삶을 보여준다.
푸핑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아간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작은아버지네를 따라 살다보니 자신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푸핑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감각해보여도 새로운 인상과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푸핑은 끝내 마음을 열지 않고 손자와의 결혼을 피해 외삼촌한테로 도망친다.
푸핑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푸핑을 이해하면서도 주변사람들의 친절에 완강히 거절하는 모습은 다소 공감하기 어려웠다.
외삼촌집에서 만난 이웃여자아이인 샤오쥔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게 되는데 자신의 처지때문에 한번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이 누군가 자신을 진정으로 한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 주었을때 그렇게 마음은 열리게 된다.
결국 푸핑은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가 되는 대신 소아마비 청년과의 삶을 택한다. 푸핑은 그동안 외부의 모습보다 내면을 볼줄 아는 눈을 키워왔던 것이다.
책을 다 읽어 갈때까지 푸핑의 속마음을 읽을수 있기에는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한가지 아쉽다.
그리고 책표지의 여자그림은 심술이 잔뜩난 표정이 그려져 있는데 푸핑의 모습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푸핑을 둘러싼 주변인물 특히 할머니에 대하여 자세하게 그려지고 있어 오히려 할머니에 대한 인상이 뚜렷할 정도이다.
문학은 이렇듯 어느 한 나라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어떤 공감을 찾을수 있도록 기여하게 된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