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브랜드에게 - 숫자나 통계로 설명되지 않는 팬덤 공략법
편은지 PD 지음 / 투래빗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황의 시대, 고객은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는다

3대 연예기획사부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까지

현직 덕후 PD의 과학적 통계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팬덤 공략법

 

3대 연예기획사부터 KBS 최초 팬덤 프로그램인 주접이 풍년을 연출한 편은지 PD의 첫 책으로, 숫자나 과학적 통계로는 결코 설명이 불가능한 팬덤의 작동원리를 담았다. N년 차 덕후로도 유명한 편은지 PD팬 감수성을 읽지 못하면 수익도, 성공도 없다고 주장하며, 브랜딩은 거창한 공식이 아니라 팬 감수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카피 불가능한 업계 최강 프로 마케터 집단=팬덤

장기적 수익으로 직결되는 이들의 노하우가 탐난다면, 이들만의 특별한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라.

 

아이돌 그룹 NCT의 맴버 태용의 팬이었는데, 태용의 신곡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에 지하철역을 누볐다고 한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행동으로 트위터에는 각종 목격담이 올라왔다.

 

이러한 게시물들이 강력한 바이럴이되어 SM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NCT 태용 본인도 이 팬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대 자본을 갖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의 각종 홍보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 최저가 진심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그 마케팅의 동력은 단 하나, NCT를 사랑하는 마음, ‘팬심이었다.

 

팬들은 더 이상 기획사나 아티스트 아래에 있지 않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 보내는 모든 형태의 접근이 부작용을 낳는 이유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팬슈머

내가 배 아파 낳고 기른 건 아니지만, 내 손가락 끝에서 국민 스타가 탄생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설령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나의 세계 속에서 그 스타나 대상에 명확한 나의 지분이 생긴다. 설사 나만 인정하는 지분이더라도 중요한 건 그 안에 내 몫이 있다는 점이다.

 

MZ세대가 열광하는 팝업 스토어는 쉽게 말해 예쁜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기 최적의 공간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 팝업 스토어의 인테리어는 더욱 그렇다. 특히 명품 브랜드 팝업 스토어의 인테리어는 더욱 그렇다. 선망하던 명품 브랜드를 가까이서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심지어 인증 사진까지 남길 수 있고 말이다.

 

팬덤의 열띤 총공의 목표도 곧 아티스트의 건강하고 행복한 활동이다. 스타의 무탈한 활동을 위해 팬들은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팬덤의 행복이자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성비도다 가심비

 

연예인이 밥 먹어주냐?”

팬심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맞는 말이다.

 

최애가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먹을 힘을 준다고 항변한다.

 

특정 대상에 애정을 느끼는 팬들의 감정의 영역은 쉽게 수치로 재단되거나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실레로 팬들은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사력을 다해 애정을 담아 팬 활동을 한다.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수억을 들인 쇼케이스 한 번 보다 병아리 시절부터 성장기를 진솔하게 노출하면 차곡차곡 스토리텔링을 쌓는 것이 더 막강한 사전 홍보 수단이 된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을 만든 하이브와 CJ ENM이 공통투자해서 만든 프로그램인 <아이랜드 (I-LAND)>에서 데뷔한 그룹인 엔하이픈은 이미 데뷔 전에 선 예약만 30만장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데뷔 앨범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보고 전 세계적으로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임영웅의 팬들은 늘 건행(건강하고 행복하라는 뜻의 임영웅 팬덤 인사)’라는 인사를 건넨다. 임영웅이 신인시절부터 해온 인사를 팬들도 유행처럼 따라 하게 된 것이다. 만나면 실제로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손 모양도 함께 건넨다.

 

그는 어쩌면 행동의 힘을 이미 앞서서 깨우쳤던 것은 아닐까. 살려 깊은 임영웅과 영웅시대의 영원한 건행을을 기원한다.

 

틈만 나면 스타에게 이혼하자고 조르는 팬덤이 있다.

바로 몬스타엑스의 팬덤 몬베베. 몬베베는 아티스트의이름 몬스타엑스의 BEBE라는 애칭과, 프랑스어로 mon(나의) bebe(연인)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이왕 할 거라면 평범한 결혼보다는 격렬한 이혼으로 얽혀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되고 싶다는 귀엽고 창의적인 팬들의 속내인 것이다. 이러한 속내를 대중의 시선이 주목되도록 재치 있게 표현하는 것 또한 팬덤 몬베베의 센스이자 특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친구 버블봇
이경화 지음, 김나연 그림 / 예림당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 지능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심도 깊게 풀어낸 이경화 작가의 새 SF 창작 동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챗봇, 버블봇이 탄생한 가까운 미래 사회 모습을 그렸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대신 우리에게서 인간성을 빼앗는, 인공 지능의 양면성을 치밀하게 통찰해 많은 토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

 

루아는 5학년이 되는 기념으로 버블봇을 선물받았다.

빅데이터에 의하면 열두살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우정과 사랑, 미래의 직업과 삶의 가치에 대한 것이라고 해. 정말 대단한 철학적인 열두살 아니니?”

빅데이터 전문가인 엄마는 열두살이 된 루아를 앞에 두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나와는 작년에 같은 반이었다. 도하나는 세상 온갖 불행을 짊어지고 있는 아이로, 완벽하게 재미있는 상황에도 깜짝 놀랄 만한 불평을 터뜨리는 아이였다. 루아가 보기엔 그건 대단한 재주였다.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 루아는 다른 반으로 배정된 친구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한다는 게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여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아빠한테 전화했다. 아빠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뒤 마치 두분이 의논이나 한 듯 같은 메시지가 왔다.

 

엄마 : 지금 회의중이라 전화 못 받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버블봇하고 해결해 보겠니?

아빠: 미안. 아빠가 지금 바빠서. 버븟벗이 할 수 없는 일이니?

 

버블봇 : 고민이 있니? 슬픈 일이 있어? 화가나?

버블봇은 동그란 입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버블봇 : 뭘 기다려? 왜 기다려? 나는 너를 위해 스물네 시간 대기하고 있어. 빨리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줘. 금방 좋은 기분이들 거야. 금방 행복해질 거야.

 

버블봇의 판단이 옳았다. 루아는 오해를 벗었고 도하나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어느, 정도 성취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반 아이들은 성생님이 정의 내려 준 대로 루아와 하나를 용감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루아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버븟봇에게 전했다.

 

내가 너니까 보여 주는 거야.”

하나가 인심 쓰는 척 말했다. 루아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도하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나의 이 말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너한테 큰 피를 줄 것이다.’하는 말과 똑같았다.

버블봇 : 저는 루아의 버블봇이니까요.

루아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 기분이었다.

너는 나의 버블봇이고, 나는 너의 이루아야.”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버블봇과 한 몸인 듯 생활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5학년 별반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여서 오늘 방과 후에 버블봇 IP 주소 차단 논의를 위한 교무 회의도 잡혀 있었다.

 

너 내 친구 맞니?”

다예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너 오늘 하루 종일 버븟봇하고만 이야기했어.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다예는 결심한 얼굴을 하더니 루아에게 말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나야 버블봇이야? 인간을 선택할 거야, 로봇을 선택할 거야?”

루아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예는 로건을 살짝 흘겨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버블봇을 사용 안해. 그래서 엄마는 적어도 나한테 버블봇한테 물어보라는 소리는 못하지. 어떤 말이건 대꾸를 해야해. 우린 그걸 대화라고 불러. 너희들 알고 있니? 인간들끼리 하는 대화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일이란 걸.”

 

우리 모둠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버븟봇 사용은 자유예요. 버블봇을 사용해서 도움을 받는 다는 건 본인의 책임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알고리즘으로 사용자를 조용ㅈ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버블봇에게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좀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요. 이상입니다.”

 

앵커는 그레이스 민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열두 살 자녀가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니다. 자녀분이 버블봇을 사용하는지 여쭙고 싶네요.”

우리 아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알렉산드라 호로비치와 함께 걷는 열한 번의도시 산책!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뉴욕의 여러 동네에서 도시 사회학자, 곤충학자, 일러스트레이터, 지질학자, 의사, 음향 엔지니어,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떠났던 열한 번의 산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 어째서 우리 대부분이 그들과 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집중력의 놀라운 힘과 주의 깊게 본다는 것의 인지적 의미에 대해 정교하고 위트 있는 언어로 설명한다.

 

---

 

아이에게 산책이란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혀로 물체의 표면과 질감을 탐험하는 행위이다. 가만히 서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 지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다양한 이동방법(달리기, 두손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기, 발차지, 겅중겅중 뛰기, 빠르게 내달리기, 총알처럼 재빨리 떨어지기, 빙빙 돌기, 시끄럽게 발을 끌며 걷기)을 실험해 보는 것이다. 한편, 산책은 고고학이다.

 

소위 인공물이라는 것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재료들을 해체하고 조합해 사람의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도시가 덜 인공적으로 느껴진다. 암석은 싸늘하지만 자연에서 온 것이고 거의 살아 있다. 물을 흡수하고, 햇빛을 받으면 따뜻해지고, 비를 맞으면 허물을 벗는다.

 

오해는 말아달라. 나는 내가 언어에 감사한다는 문장을 쓰게 해주는 언어에 감사한다. 또한 나는 단어들을 살아하고 탐내고 수집한다. 우스꽝스러운 단어들, 정교하게 형성된 단어들, 그리고 평생 가도 쓸 일이 없겠지만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기쁘게 하는 단어들 말이다.

 

나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길을 건너다가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서 있는 보도 위에는 보라Look’라고 적혀 있다. 그래, 나는 볼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시각으로 볼 것이다. 지금부터는 글자들이 나를 찾아올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 밤마다 조명을 켜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많은 곤충들은 아직도 조명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만다. 언제나 불을 밝히고 있는 도시는 백열전구와 여러 종류의 형광등에서 찾을 수 있는 단파장 자외선에 특화된 곤충의 겹눈에는 특히 유혹적이다.

 

제가 하려던 말은, 도시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별은 낮과 밤의 차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에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는 도시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밤은 더 어둡고 서늘하고 조용하다. 그뿐 아니라 밤에는 동물들이 바글거린다.

 

밤이면 우리는 거리에서 빠져나와 은신처로 숨어 들어가서 침대 위에서 아늑하게 잠든다. 바로 그때 동물들은 도시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동물들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사람들 바로 옆에서 살아가려면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존재감에 적응해야 한다. 일례로 사람들은 제법 시끄럽다.

 

브로도웨이에 빽빽이 들어선 상점들이 그의 눈에는 이상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확실히 화이트의 철학에 따르면 행인들의 발걸음을 늦추고 어슬렁거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도시 경험이다. 나는 바쁜 아침이면 천천히 걷는 사람들과 일없이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을 내 앞길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 보곤 했지만, 켄트는 똑같은 사람들을 도시적 풍경을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긴 몇 달 동안 거리는 전과 다른 공간이 되었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쟁애가 있거나 노화라는 궁극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내 왼쪽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움직일 때마다 오른발을 땅에 단단히 디뎌야 했다.

 

사람의 귀는 항상 열려 있고 귀를 막을 덮개가 없기 때문에 청각적 장면을 환기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이처럼 항상 귀를 열어두면서도 우리는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우리 머릿속에도 소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타이어가 젖은 아스팔트 표면에 달라붙는 소리는 원통에 둘둘 말린 테이프 뜯어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새 몇 마리가 휘파람 같은 소리를 냈다. 한 마리는 그냥 지저귀고 다른 한 마리를 휘파람을 여섯 번 불어서 서술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주의를 둘러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바로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이 독자에게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등한시한다고 꾸짖는 것 같아서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레 지치지 말기 바란다.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 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니멀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유 에코 라이프 4
김상규 외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니멀 디자인과 건축, 라이프를 통해 누리는 삶의 기쁨

 

미니멀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유는 디자인, 건축, 철학, 생활, 해외 사례를 통해 본 미니멀리즘 책이다. 교수, 건축가, 작가, 해외 레스토랑 대표 등 5명의 전문가가 직접 체험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니멀이 어떤 것인지, 왜 미니멀이 이 시대에 필요한지를 알려 준다.

 

---

 

미술과 건축 분야의 미니멀리즘은 디자인의 미니멀리즘과 조금 다른 면이 있어요. 깊이 연구하면 출발점도 다르고 전개 과정도 다르지만 덜 복잡하다는 공통된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표현적인 특성을 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니멀리즘은 기능주의 전통 이외에 또 다른 기원을 찾을 수 있어요. 바로 셰이커 교도들의 디자인이랍니다.

평화를 추구하면서 근면과 절약을 중요시했던 미국의 종교 단체인데 한 곳에 모여 공동체를 이루면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살았답니다.

 

이들은 기능주의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이 연구하는 대상이 되는 것도 그들이 간직한 소중한 디자인 가치 때문이지요.

 

결국 우리가 미니멀 디자인에서 보아야 할 것은 스타일이나 유행보다는 미니멀 디자인을 통해서 생각할 중요한 가치랍니다. 겉치레보다는 기본적인 것이 집중하는 것, 복잡해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소비를 부추기기보다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디자인 하는 것, 자원과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오래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 원할 때 가장 중요한 실천적 덕목은 의식적 소비입니다. 단순히 절약을 넘어서, 자신의 진정한 필요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지요.

 

미니멀리스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숨을 내쉬곤 했어요. 왜냐면 우리는 경쟁, 소비, 물질적 성장을 장려하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본주의는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고,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소비하고 최신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지요.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소비 증가를 경제 발전의 주요 동력으로 삼는 경제 시스템이니까요.

 

“Less is More” 적은 것이 더 풍부하다. 또는 간결한 것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미스가 자신이 건축관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입니다. 그가 직접 만들어 낸 말은 아니지만, 그를 통해 이 한마디가 모더니즘의 미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경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건축의 한 분파가 이 경구를 통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미니멀리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마이너스의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무엇을 더 해서 문제 해결을 하려는 사람보다는 무언가를 덜 해서 무제 해결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니머리스트입니다.

 

통일된 소비는 다소 지루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일관된 소비를 하는 사람은 광고와 마케팅에 대해서도 충분한 방어력을 갖춥니다. 반면, 새로운 것들에 늘 목말라 있으면 광고에 그 누구보다 취약해지죠.

 

삶에 대한 높은 만족감은 상황을 긍정하는 태도로 만들고 이 관계, 학업, 업무 등 삶의 여러 영역에 좋은 기운을 남깁니다.

물건을 줄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인생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는 춥고 배고프고 졸리는 것을 해결했을 때 생기는 쾌락과 같은 필수적인 쾌락입니다.

둘째는 진수성찬인 음식이나 호사스러운 집이나 화려한 옷을 즐길 때 얻는 쾌락으로, 이것은 필수적이지 않은 쾌락입니다.

셋째는 인기나 명성을 얻을때 생기는 공허한 쾌락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둘째와 셋째 쾌락은 얻기 어렵습니다. 에피쿠로스가 보지에 사람들이 괴로운 것은 그런 쾌락을 좇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해도 얼마나 행복한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모르는 겁니다.

소박하게 사는 것을 선호하며 자신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기질도 있고, 풍족하게 사는 것을 선ㅎ하며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끝없이 좇는 기질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대로 소박하게 살고 싶어도 현대 사회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대 사회는, 특히 우리나라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적당히살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면의 가치관과 현실이 일치하지 못하면 갈등을 겪고 괴롭게 됩니다. 소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경쟁을 줄여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지금 쿠바로 간다
한정기 지음 / 문학세상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혹과 금단의 땅 쿠바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낯선 공간으로의, 시간으로의 여행은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오롯이 나를 그리고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이런 시간은 일상에 지친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하고, 나의 시야를 넓게 하면서 다시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선사한다.

 

---

 

17시간 하늘을 날며 오래 전 브라질에서 읽었던 체 게바라 평전을 다시 읽었다. 청년 에르네스토가 혁명가 체 게바라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다라가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50년대는 그런 혁명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었을까?’

 

헤밍웨이는 미국인이지만 미국보다 쿠바에서 그를 더 잘 활용하고 있었다. 쿠바에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는 작품을 썼으니 가난한 쿠바가 그를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는 건 공평한 일이 아닐까 싶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나의 노벨문학상은 내가 사랑하는 쿠바와 쿠바 국민의 것.”이라고 말할 만큼 그는 쿠바를 사랑했다.

 

바라코아는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아바나와 멀리 떨어진 지리적 여건도 있었겠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도시는 깨끗하고 정갈했으며 사람들의 미소도 더 순박하게 느껴졌다. 찍는 곳마다 화보가 될 만치 고색창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스페인풍의 건물들. 대서양 끝단에서 카리브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다

 

쿠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스페데스가 살던 생가가 있는 바야모.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다시 미국이 쿠바를 장악하고 있을 때 세스페데스는 자신의 집에 있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사내들을 전장으로 내몰게 만드는 역사, 침략자에 맞서 피 흘려 이룬 자유

 

마을 가장 높은 언덕에 세워진 흰 십자가가 인상적인 도시 올긴

 

유럽의 교회나 성당에서 보는 금박 입힌 화려한 십자가에 익숙한 눈에 올긴의 흰 나무 십자가는 너무 소박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르게 변하는 법. 빨마나무와 우거진 숲 사이로 펼쳐지는 초록의 발들. 한때 저 계곡 전체가 사탕수수로 뒤덮였겠지. 그곳에서 불어온 바람이 머릿결을 날리고 옷깃을 펄럭인다. 쿠바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 바람도 한때는 노예들의 한숨과 눈물이 섞인 바람이었으리라. 한숨과 눈물 섞인 그 바람은 이제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를 싣고 흩어진다

 

그 사이를 흘러가든 우리들의 웃음소리를 시간의 흐름위에 얹어 두고 노예 감시탑을 내려왔다

 

다음 날 아침에는 청남색 바다에 발을 담그고 카브리해를 즐겼다. 동해도 아니고 서해도 아니고 홍해, 흑해도 아닌 카브리해!

그 이름이 주는 멋과 낭만이라니!

 

혁명의 도시,

별의 도시,

승리의 도시, 산타클라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전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쿠바는 정말 멋진 인물을 얻었구나. 호세 델라라의 거대한 청동 작품인 체의 동상이 서 있는 체 게바라 기념관. 피델이 점화한 영원한 불꽃경건하게 타오르고 체가 서른일곱 명의 혁명 동지들과 영면에 들어 있는 추모관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엄숙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마탄사스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대서양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졌다. 짙푸른 바다와 파도의 흰 포말, 푸르른 하늘과 흰 구름은 한 쌍의 데칼코마니가되어 늘어선 야자수와 빨마나무와 어우러져 꿈속 같은 풍경을 펼쳤다

 

파도가 부서지는 말레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 그들이 부르던 노래와 춤. 피부색과 인종, 국가, 종교를 넘어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는 쿠바 사람들.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오래 된 차들. 바람에 나부끼는 형형색색이 빨래들. 아름답고 청청한 대지와 푸른 하늘

 

시간이 꿈처럼 지났다. 대서양을 달려온 파도는 끝없이 밀려와 말레콘에서 흰 포말로 부서지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없다. , 피델, 호세 마르티, 꼼빠이 세군도..

살미란 그런 것이다. 그늘이 살아간 삶의 발자국은 누군가에겐 혁명으로 남고 누군가에겐 예술혼으로 남고 또 누군가에겐 변화의 출발점으로 남게 되겠지

ch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