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알렉산드라 호로비치와 함께 걷는 열한 번의도시 산책!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뉴욕의 여러 동네에서 도시 사회학자, 곤충학자, 일러스트레이터, 지질학자, 의사, 음향 엔지니어,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떠났던 열한 번의 산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 어째서 우리 대부분이 그들과 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집중력의 놀라운 힘과 주의 깊게 본다는 것의 인지적 의미에 대해 정교하고 위트 있는 언어로 설명한다.

 

---

 

아이에게 산책이란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혀로 물체의 표면과 질감을 탐험하는 행위이다. 가만히 서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 지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다양한 이동방법(달리기, 두손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기, 발차지, 겅중겅중 뛰기, 빠르게 내달리기, 총알처럼 재빨리 떨어지기, 빙빙 돌기, 시끄럽게 발을 끌며 걷기)을 실험해 보는 것이다. 한편, 산책은 고고학이다.

 

소위 인공물이라는 것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재료들을 해체하고 조합해 사람의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도시가 덜 인공적으로 느껴진다. 암석은 싸늘하지만 자연에서 온 것이고 거의 살아 있다. 물을 흡수하고, 햇빛을 받으면 따뜻해지고, 비를 맞으면 허물을 벗는다.

 

오해는 말아달라. 나는 내가 언어에 감사한다는 문장을 쓰게 해주는 언어에 감사한다. 또한 나는 단어들을 살아하고 탐내고 수집한다. 우스꽝스러운 단어들, 정교하게 형성된 단어들, 그리고 평생 가도 쓸 일이 없겠지만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기쁘게 하는 단어들 말이다.

 

나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길을 건너다가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서 있는 보도 위에는 보라Look’라고 적혀 있다. 그래, 나는 볼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시각으로 볼 것이다. 지금부터는 글자들이 나를 찾아올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 밤마다 조명을 켜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많은 곤충들은 아직도 조명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만다. 언제나 불을 밝히고 있는 도시는 백열전구와 여러 종류의 형광등에서 찾을 수 있는 단파장 자외선에 특화된 곤충의 겹눈에는 특히 유혹적이다.

 

제가 하려던 말은, 도시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별은 낮과 밤의 차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에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는 도시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밤은 더 어둡고 서늘하고 조용하다. 그뿐 아니라 밤에는 동물들이 바글거린다.

 

밤이면 우리는 거리에서 빠져나와 은신처로 숨어 들어가서 침대 위에서 아늑하게 잠든다. 바로 그때 동물들은 도시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동물들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사람들 바로 옆에서 살아가려면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존재감에 적응해야 한다. 일례로 사람들은 제법 시끄럽다.

 

브로도웨이에 빽빽이 들어선 상점들이 그의 눈에는 이상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확실히 화이트의 철학에 따르면 행인들의 발걸음을 늦추고 어슬렁거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도시 경험이다. 나는 바쁜 아침이면 천천히 걷는 사람들과 일없이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을 내 앞길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 보곤 했지만, 켄트는 똑같은 사람들을 도시적 풍경을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긴 몇 달 동안 거리는 전과 다른 공간이 되었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쟁애가 있거나 노화라는 궁극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내 왼쪽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움직일 때마다 오른발을 땅에 단단히 디뎌야 했다.

 

사람의 귀는 항상 열려 있고 귀를 막을 덮개가 없기 때문에 청각적 장면을 환기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이처럼 항상 귀를 열어두면서도 우리는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우리 머릿속에도 소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타이어가 젖은 아스팔트 표면에 달라붙는 소리는 원통에 둘둘 말린 테이프 뜯어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새 몇 마리가 휘파람 같은 소리를 냈다. 한 마리는 그냥 지저귀고 다른 한 마리를 휘파람을 여섯 번 불어서 서술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주의를 둘러보고, 주의를 기울이고, ‘바로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이 독자에게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등한시한다고 꾸짖는 것 같아서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레 지치지 말기 바란다.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 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