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만든 그릇에 내 인생을 담지 마라 - 삶의 주도권을 잡고 나답게 사는 비결
파(pha) 지음 / 새벽세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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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의 99%는 사실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주목받는 일본의 신세대 철학자 파(pha)는 이 책 남이 만든 그릇에 내 인생을 담지 마라를 통해 홀가분한 삶의 여정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노력할 것’ ‘시간이 정해진 일을 하지 말고,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할 것’ ‘가끔은 휴식을 통해 머릿속을 청소할 것등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비법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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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의 세계 속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이든, 다른 사람의 가치관으로 보기에 구제 불능의 인간이든 신경 쓰지 말자.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면 점점 더 타인이 원하는 대로 되어갈 뿐이다. 그저 자신이 스스로의 세계 안에서 나름대로 나를 향한 옳은 평가를 할 수 있으면 된다.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들은 대체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그에 맞는 일을 꾸준하게 이어나간 사람이다. ‘단순반복적인 일이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고, ‘창의적인 일에 적성이 맞는 사람도 있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꾹 참고 열심히 하는사람은 그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일 뿐이다.

 

포지션 토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파편적이다’. ‘이기적이다같은 이미지를 주지만, 결국 인간은 자기 위치를 기준으로 뭔가를 떠올리 수밖에 없으므로 포지션 토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다른 이의 존재를 긍정하는 태도와도 이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각자의 위치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구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P.87 이 사회의 구조와 규칙은 대다수는 다수파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수파의 일원일지라도 서로 모여 있으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 나도 소수파에 속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마음이 바닥을 쳤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모든 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하면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정말로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란 그리 많지 않다.

 

컨서머토리의 반대말은 인스트루멘털이다. 번역하자면 도구적이 된다. 걷기를 예를 들면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걷는 것이 인스트루멘탈이고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 컨서머토리다.

 

가끔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여 열심히 하자라는 자세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깆본적으로 인생은 컨서머토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법이다. 생활 속에 컨서머토리적인 부분이 없으면 인간은 버티지 못한다. 애초에 인간은 거대한 대의를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다만 살아가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토론을 좋아하고 잘하는 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다. 애초에 논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결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논쟁과 설득은 별개의 문제이고, 상대를 논파한다고 해서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알겠는데 왠지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옳은 말일지 몰라도 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짜증난다와 같이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로 마음이 동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억지로 강요하는 사람은 단순히 토론이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외려 자신의 의견에 자신이 없거나,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과 논쟁을 벌여봐야 크게 얻는 것은 없다.

복잡한 논쟁이 될 것 같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같은 애매모호한 말로 대응하자. 그렇게 하면 상대방도 이 녀석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겠군이라 생각하며 포기하게 될 것이다.

 

체력이 넘치는 사람이든 부족한 사람이든.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수수한 사람이든,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눈이 핑핑 돌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에 휘둘리지 말고, 내 속도에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보자.

 

과거의 기억도 자꾸 혼자 곱씹기만 하다보면, 객관적인 상황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왜곡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이 편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돌리지 말고, 가끔씩 외부로 뱉어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일반적인 삶의 형태는 그저 누군가 빚어놓은 그릇일 뿐이다. 나를 구기고 잘라내서 그 그릇 안에 내인생을 담으려 하다가는 진심이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다.

아마도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를 찾는 게 인생 아닐까. 그걸 찾아내는 것만이 내 인생을 내가 직접 빚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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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한 걸음이면 충분해 - 빅씨스가 전하는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작은 습관
서아름(빅씨스) 지음 / 비타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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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만 구독자를 보유한 독보적 운동 유튜브 채널 빅씨스〉 ★

운동 멘토 빅씨스가 전하는 뼈 때리는 조언과 흥미진진 뉴욕 스토리

누적 조회수 1억 뷰의 완벽한 운동 루틴 대공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따라 하며 즐기는 일상 운동법’ 54가지 수록

 

국내 최고의 운동 채널 빅씨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공유해 수많은 구독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빅씨스 서아름의 느려도 좋아, 한 걸음이면 충분해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기 유튜버의 성공 스토리가 아닌 운동 하나만으로 삶을 통째로 변화시킨 놀라운 경험에 대한 증언이자 우리에게 보내는 열렬한 응원이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다면,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머뭇대고 있다면 이 책이 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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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다가 아닌 걸 깨달으면 주위 친구들보다 뒤처지게 될 거라는 걱정이 든다고 이야기 하지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에 그냥 시작해보는 것이 고민하는 것보다 더 얻는 것이 많다고 믿습니다.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길어서, 지금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사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기 다 지금 내 모습에서 덜어내기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덜어내고, 시기하는 마음을 덜어내야 합니다.

 

좋지 않은 마음을 덜어내며 생긴 공간에는 자연스레 여유가 차오릅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성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목표에 다가가는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실패의 순간에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고 목적지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이랍니다.

 

내 생긴 모습대로 살면서 타인의 다름도 인정하게 되면, 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장점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응원해줄 마음의 여유도생기지요.

 

제가 처음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그저 망가진 몸과 건강을 예전처럼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운동은 건강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까지 해결해 주었습니다. 예상치 않았던 내면의 변화가 생긴 것이지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끌어안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었고 마음이 밝아지고 여유로워지니 문제 자체를 바라보는 제 시선도 바뀌었습니다.

 

마음이 어두워지거나, 어려운 문제가 닥치거나, 누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잘 버텨내고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우고 싶다면 하루 10분이라도 운동을 시작해 보세요. 세상을 탓하는 마음이 줄고 나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거예요.

 

내가 지지치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 찾기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운동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항상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최고의 운동을 찾기보다는 다시 하고 싶어 지는 운동을 찾는 것이중요합니다. 운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 끝난 후입니다. 운동을 마치고는 오늘 운동한 내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는 칭찬을 꼭 해주세요. 나는 충분히 발전하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정말 장하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해요.

 

긍정적인 마음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바꿔줍니다. 땀 내며 운동하는 그 시간 만큼은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나만을 위한 긍정의 시간으로 채워주세요. 나를 아끼는 마음은 이런 작은 습관에서 생겨나고 이 작은 것들이 모여 내 삶의 태도가 저절로 달라집니다.

 

체중을 줄이고자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먹는 칼로리를 줄이고 소모하는 칼로리를 늘리면 살이 빠질 것 같지만 우리 몸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너무 적게 먹으면 에너지 대사량이 오히려 줄어들어서 체중 감소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섭취하는 영양분이 부족하니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감지해서 에너지 대사율을 떨어뜨리고 에너지 원으로 쓰이던 탄수화물과 지방을 몸에 더 축적하여 오히려 사이 찌개 됩니다.

 

큰 부상이 아닌 경우 우리 몸은 언젠가 회복하고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옵니다. 회복하는 동안 내가 왜 부상을 당했는지 되집어 보세요. 잘못된 자세가 불러온 부상이면 자세럴 점검하고 회복한 후에 낮은 강도로 자세를 교정하려 노력해보세요.

 

세상에 어떤 일도 실수 없이 한번에 완벽하게 성취되는 것은 없습니다. 실수와 교정을 반복하며 내 운동 실력도 향상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보세요. 부상을 겪었다고 운동을 그만두는 일은 결코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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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오늘을 전합니다 비기너 시리즈 9
김설 지음 / 크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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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세상에 전하고 싶은 예비 아나운서들을 위해 쓰였다. 아나운서가 되는 방법부터 아나운서의 업무와 일상, 아나운서들의 숨은 노력과 고충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직업 세계의 큰 틀을 이해하고 방송국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물론, 방송과 관련된 일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친절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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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나운서를 정의할 때 미디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전문적인 음성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음성적 기술을 운용할 줄 알아야 하고, 마이크 수음에 최적화된 소리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카메라로 비추었을 때 신뢰감과 안정감ㄴ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전달력 외에도, 진행자로서 프로그램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나 전문패널 및 게스트와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큰 줄기 속에서 그때의 그 시간이 나의 많은 부분을 형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얻지 못한 결과였기에 주어진 일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꼈다. 성취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화면이라는 절제된 상황과 한정된 표현이라는 조건 속에서 나만의 매력을 적절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이 모든 노력은 아나운서가되지 않았어도 정말 많은 도움을 됐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잘 할 수 있는지, 즐길 수 있는지, 이 두가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된다면, ‘할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

 

우리는 불안과 늘 마주한다. 지망생일 때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하고, 되고나서는 첫 방송을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불안이란 감정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제자리에 주저앉힐 수도 있다. 결국 최종 합격으로 향하는 노하우는 본인가 가진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

 

아나운서 시절의 일상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일상이 모든 스케줄이 방송을 위주로 흘러갔다. 기상과 동시에 오늘의날씨를 살폈다. 라이디오든 뉴스든 날씨는 꽤 중요하다. 날씨에 따라 방송의 톤과 무드가 달라지고 대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협업하며 감정절제를 요구받는 아나운서의 특성상 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이를 다스리기 위한 나만의 휴식 기술을 연습하고 실천하는 것은 체력을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명상이나 요가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활동이나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자.

 

이름을 대면 알만한 진행자도 방송 울렁증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언젠가 카메라 울렁증이 너무 심해 방송을 관두려 했었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말하면 방송 울렁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환경에 익숙해져서 전보다 편할뿐이다.

 

경력이 아무리 많은 아나운서도 새로 프로그램을 맡게 되거나 방송환경이나 장소가 바뀌면 매번 긴장한다. 방송 울렁증은 적당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아나운서는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방송을 하기 때문에 늘 공부해야 한다. 여가시간에도 늘 일에 대비한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삶에 있어 아나운서들은 맡은 방송에 필요한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고강도의 업무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감내하더라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방송은 정말 수많은 피드백이 쏟아진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힘이 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은 맥없이 무너지는 일도 있다. 나의 실수로 인한 피드백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매로 받아들인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와 취향으로 평가 될 때는 기분이 썩 좋이 않고 위축되기도 한다.

 

개선해야 하는 객관적 사실만을 받아들이고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것들은 스스로 과감히 도려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직업이든 미래는 불투명하고 어둡다. 불투명한 창과 닫힌 커튼을 열고 어둠을 환히 밝힐 달빛은 내 쪽으로 끌어 오는 건 본인의 몫이다. 더 이상 아나운서를 뽑지 않는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정규직 채용 또한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나운서는 오히려 과거보다 넓은 바다를 갖게 됐다. 원한다면, 이제 배를 띄우고 노를 젖는 일만 남았다.

 

망설이는 지망생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 아나운서가 되지 않더라도 준비하는 이 과정은 훗날 무엇을 하든 반드시 도움이 되는 귀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아나운서의 일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다. 나의 언어로 다른 사람이 변화되도록 하는 일이란 얼마나 숭고한가. 거기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를 만들어 간다면 인생이 다채로운 무지갯빛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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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
안채윤 지음 / 안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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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는 그때가 아니면 꿈꾸지 못하고 그때가 아니면 깨닫지 못하는, 그때의 아이들, 그때의 나와 그때의 친구들이 남긴 기록이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지나갈 일인데, 마치 그것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져서 숱하게 괴로워했던 그때의 순간들과, 결과적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던 그때의 무수한 선택들.

지금 이 순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당장 내일에도 제일 중요한 일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살면서 제일 중요한 일은 얼마든지 새롭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너무 목숨까지 걸어가며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질풍노도의 우리를 어루만져 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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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선생님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 못하고 계시잖아요. 근데 무슨 상담을 하겠대요? 선생님이 단순히 제 나이를 지나오셨다는 거만으로는 저를 온전히 이해하실 수 없어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이유는 간단해요. 선생님과 저는 같은 나이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났을 테니까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공룡만한 피아노를 별거 아니란 듯이 가볍게 주무르는데! 나 진짜 보는 동안 혼을 다 빼앗긴 기분이야. 사람이 아니라 신을 본 것만 같달까?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나 아무래도 그녀에게 인생을 걸어야 겠어.”

어떻게?”

갈거야, 그녀의 세계로.”

 

교과서를 제외하곤 책이라 불리는 물건을 취급해 본적이 없었던 내겐 너무나도 낯선 이름이었다. 쌩떽인지 생텍인지로 시작하는 이름보단 발음하기 쉽고, 가브리엘인지 가르시아인지로 시작한느 열두 자의 긴긴 이름보단 기억하기 편하겠구나 생각했던 이름이 이토록 위대했을 줄이야.

 

그 거만하기 짝이 없는 얼굴, 일평생 사람을 발밑에만 두고 살았을 법한 도도한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대던 너는 왜 이렇게 참담하게 죽어 있는 거니? 불쌍하지도 않게.

 

P.118 열여덞이 된 것이 너무 화가 나서 기숙사 옥상으로 올라갔던 3, 뛰어내리려던 내 옷자락을 잡았던 이수호. 자기도 뛰어내리고 싶어서 올라왔으면서 어쩌자고 남의 자살은 방해하고 말았는지 나쁜 놈. 하지만 그 순간 수호의 손은 참 따뜻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그때, 날 향해 사방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유일하게 막아주던 사람. 중간고사가 끝나고 수호가 자살에 성공할 줄 알았더라라면. 수호가 나보다 먼저 떠날 줄 알았더라면,

 

조금의 변화도 발전도 없이 그저 한 달 전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을 멈춘 채 오로지 늙어만 가는 인생들이다. 인간은 의지만 있다면 아흔살에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던데 어째서 저들은 고작 마흔 즈음에서 성장이 멈춘 걸까. 그래놓고 우리에겐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고 다그치고 있으니 세상이 이런 모순이 또 없다.

 

긴 푸념 끝에 누나는 결국 다시 울었다. 나는 그 흐느끼는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한 손에 다 잡힐 만큼 종잇장 같은 어깨라니. 부잣집 며느리로 3년간 살다 온 사람이라기엔 가여울 정도로 앙상했다.

도대체 어떤 것일까. 혼자 늙는 게 두려워 누군가와 인생을 결탁했는데, 그 사람이 늙기도 전에 죽어버렸을 때의 심정이란, 속된 말로 내 몫은 챙기기도 전에, 있던 몫만 다 잃고 판이 깨졌을 때 오는 상실감이란 또한 절망감이란.

 

작은 동네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전쟁이라도 난 양 집집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흰 천으로 덮여 들것에 실려 나가는 어린 장남의 차가운 손을 부여잡은 엄마는 오열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신 듯 보였다. 나처럼 준희도 다시 살아날 테지 하는 얼굴로 소처럼 큰 눈을 꿈뻑이기만 하셨다. 아버지 아니에요. 준희는 죽었어요. 저처럼 다시 살아나지 못해요. 준희는 정말 죽었거든요. 나는 차마 하지 못했던 그 방법을 저 독한 자식은 이어이 써먹고야 말았거든요. 그러니까 희망을 버리고 엄마처럼 울어요 차라리.

 

어째서 연우 삼촌도 준희도 꿈을 목전에 두고 이렇게 절명해 버리는 걸까. 그러고 보면 무서울 정도로 닮은 두 사람이다. 똑똑하고 바르고 잘생기고 어디 하나 모난 구석이 없었던.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돌진하는 놀라운 추진력까지. 그저 단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한길만을 꾸역 꾸역 걸었을 뿐인데 왜 다들 이렇게 죽어버리는 거야. 슬퍼서 미치겠잖아.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인다. 우릴 집으로 데려다 줄 버스. 우릴 열아홉의 인생으로 데려다 줄 버스. 그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나는 머릿속으로 관찰 일기의 첫 문장을 써본다.

나는 곧잘 죽고 싶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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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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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이 책은 죽은 자와 산 자, 신비로운 설화적 존재와 평범한 이웃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작은 동네를 무대로 삼는다. 그리고 죽은 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며 초월적인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미용실 주인 챠밍과 한반도에 수백 년간 살아왔으며 현재는 복덕방을 운영하는 도깨비, 이제 막 초월적인 존재들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의명’, 세 명의 주인공이 현월동 이웃들과 함께 겪어나가는 따뜻한 소동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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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차밍 미용실입니다.

미용사는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기묘한 미소였다. 미용사는 내 행색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손님, 무슨 일이래요? 이 땀 봐! 이리 앉으실까요? 시원한 차 한 잔 드릴게요. 어쩐지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실 것 같아서 미리 차게 식혀두었답니다.

 

삼 남매는 부모가 좋은 곳에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일을 가슴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들은 평생을 착하고 바르게 살 것이다. 챠밍의 말처럼 부모가 차곡차곡 쌓은 덕은 아이들에게로 이어져 모두 큰 탈 없이 일생을 누리게 될 터였다. 염경수와 최하나는 미용실에 와 곱게 단장을 한 후 챠밍에게 깊숙이 절을 하고 저승으로 떠났다. 손을 꼭 잡고 걷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차밍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집 안은 어두웠다. 텅 빈 어둠 속에는 할아버지도 어린 아이도 없었다. 눈앞에는 악취를 풍기는 할머니의 시신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현이 왔네. 얼마 전에도 다녀갔는데 또?"

"엄마 아빠가 맨날 맨날 기도를 하셔서요. 꿈에서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근데 개도 키우세요?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챠밍은 말없이 현이를 의자에 앉히고 일을 시작했다. 손질을 하면 할수록 아이의 모습은 통통하고 피부가 말간 열 살 아이의 모습을 찾아갔다.

 

 

"마셔 봐, 할머니."

할머니는 손에 든 차를 한 모금 들이쳤다. 따듯하고 들쩍지근한 차가 몸을 데워주는 기분이었다. 이 차는 뭔지 미용실이 어디에 전화를 했는지 정말 옛날에 혜어진 남편을 찾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한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는데 말을 할 틈이 없이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죽었는데. 이상하게 잠이 계속 오네.

눈을 껌백거리며 잠을 쫓아 내봤지만 참을 수 없는 졸음이었다. 연신 하품하던 할머니는 곧 잠이 들었다. 잠든 할머니의 눈앞에 부모와 떨어지는 게 무서웠던 열여섯 어린날의 여름날이 펼쳐졌다.

 

노력하지 않아도 해는 뜨고 새날이 밝았다. 같은 일=상도 반복되었다. 가많이 있어도 해는 지고 망자들의 시간도 시작되었다. 산 사람이건 망자건 까다로운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라 망자 하나가 더 젊어 보이게 해 줄 수 있지 않냐며 챠밍을 붙들고 통사정을 했다.

 

'지금이야!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의명이 주머니에 꽃아 두었던 명부를 노인의 가슴팍에 붙였다. 영문을 모르는 노인이 놀라 뒷걸음질 치는 사이 노인의 형체가 조금씩 흐려지며 종이가 불에 타들어가 듯 사라졌다. 의명이 그린 그림은 그 불꽃이 타들어가는 모양으로 노인의 모습이 스며들었다. 이윽고 노인이 서 있던 자리엔 먼지만이 휘날렸다. 검은 선만 있던 그림은 색이 채위졌다. 이제 노인은 의명의 그림 속에 봉인되었다.

"희한하단 말이지. 꼭 이름을 알려주면 그림에 봉인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이름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단 말이야"

 

차라리 너랑 하면 좋겠지만 도깨비랑은 혼인할 수가 없는걸."

"  되는데?"

"도깨비니까."

챠밍의 대답에 도깨비는 부아가 치밀었다 혼례가 대체 뭐길래 도깨비와는  된다는 건지 어린 도깨비는 알지 못했다화가  도깨비는 챠밍을 혼자   혼적도 없이 사라졌다챠밍은 쪼그리고 앉은 무릎을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순영 아주머니도 도깨비도 화나게 만든 것이 너무 슬펐다. 챠밍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셋은 왁자지껄 떠들며 캔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밤이 깊어 갈수록 바람은 건조해지고 둥실 떠오른 달빛이 세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오백여 년만에 가져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의명은 즐거운 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달을 구경했다. 도깨비가 흘끗 챠밍의 얼굴을 보았다. 챠밍도 열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둘을 바라보는 도깨비는 지금의 이 평화가 오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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