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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 버블봇
이경화 지음, 김나연 그림 / 예림당 / 2024년 6월
평점 :
인공 지능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심도 깊게 풀어낸 이경화 작가의 새 SF 창작 동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챗봇, 버블봇이 탄생한 가까운 미래 사회 모습을 그렸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대신 우리에게서 인간성을 빼앗는, 인공 지능의 양면성을 치밀하게 통찰해 많은 토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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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는 5학년이 되는 기념으로 ‘버블봇’을 선물받았다.
“빅데이터에 의하면 열두살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우정과 사랑, 미래의 직업과 삶의 가치에 대한 것이라고 해. 정말 대단한 철학적인 열두살 아니니?”
빅데이터 전문가인 엄마는 열두살이 된 루아를 앞에 두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나와는 작년에 같은 반이었다. 도하나는 세상 온갖 불행을 짊어지고 있는 아이로, 완벽하게 재미있는 상황에도 깜짝 놀랄 만한 불평을 터뜨리는 아이였다. 루아가 보기엔 그건 대단한 재주였다.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 루아는 다른 반으로 배정된 친구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한다는 게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여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아빠한테 전화했다. 아빠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뒤 마치 두분이 의논이나 한 듯 같은 메시지가 왔다.
엄마 : 지금 회의중이라 전화 못 받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버블봇하고 해결해 보겠니?
아빠: 미안. 아빠가 지금 바빠서. 버븟벗이 할 수 없는 일이니?
버블봇 : 고민이 있니? 슬픈 일이 있어? 화가나?
버블봇은 동그란 입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버블봇 : 뭘 기다려? 왜 기다려? 나는 너를 위해 스물네 시간 대기하고 있어. 빨리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줘. 금방 좋은 기분이들 거야. 금방 행복해질 거야.
버블봇의 판단이 옳았다. 루아는 오해를 벗었고 도하나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어느, 정도 성취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반 아이들은 성생님이 정의 내려 준 대로 루아와 하나를 용감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루아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버븟봇에게 전했다.
“내가 너니까 보여 주는 거야.”
하나가 인심 쓰는 척 말했다. 루아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도하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나의 이 말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너한테 큰 피를 줄 것이다.’하는 말과 똑같았다.
버블봇 : 저는 루아의 버블봇이니까요.
루아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 기분이었다.
“너는 나의 버블봇이고, 나는 너의 이루아야.”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버블봇과 한 몸인 듯 생활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5학년 별반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여서 오늘 방과 후에 버블봇 IP 주소 차단 논의를 위한 교무 회의도 잡혀 있었다.
“너 내 친구 맞니?”
다예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너 오늘 하루 종일 버븟봇하고만 이야기했어.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다예는 결심한 얼굴을 하더니 루아에게 말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나야 버블봇이야? 인간을 선택할 거야, 로봇을 선택할 거야?”
루아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예는 로건을 살짝 흘겨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버블봇을 사용 안해. 그래서 엄마는 적어도 나한테 버블봇한테 물어보라는 소리는 못하지. 어떤 말이건 대꾸를 해야해. 우린 그걸 대화라고 불러. 너희들 알고 있니? 인간들끼리 하는 대화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일이란 걸.”
“우리 모둠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버븟봇 사용은 자유예요. 버블봇을 사용해서 도움을 받는 다는 건 본인의 책임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알고리즘으로 사용자를 조용ㅈ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버블봇에게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좀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요. 이상입니다.”
앵커는 그레이스 민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열두 살 자녀가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니다. 자녀분이 버블봇을 사용하는지 여쭙고 싶네요.”
“우리 아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