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비밀 클럽 사과밭 문학 톡 3
유순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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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끈으로 묶인 우정,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 아이들이 겪는 친구 관계 문제를 섬세하게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 은서는 소극적이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아이로,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우정을 고민하고 성장하려는 아이다. 은서의 시각으로 바라본 요즘 아이들의 친구 관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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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다.

3월말인데 친구를 한 명도 못 사귀었다.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가가가 말을 거는 성격이 못 된다. 작년에도 친구 사귀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우쿨렐레 동아리를 하며 같이 다니던 아이와 친해졌는데, 그 아이는 나와 다른 반이 되었다.

 

내가 올린 그림에 좋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직접 다가와 칭찬해 주는 아이도 있었다.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흥분됐다. 이런 과심을 더 받고 싶어서, 나는 매일 더 열심히 그렸다.

 

첫 교시가 끝났다. 쉬는 시간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으면 왕따 인증하는 거나 다름없어서 애니메이션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 필라아를 그렸다. 줄여서 루시라고 부르는데 요즘 내가 자주 그리는 만화 캐릭터다.

 

난 아무 대답도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혜지의 핸드폰을 훔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선생님이 자꾸 다그쳤다. “모르겠어요.”

 

우정 맹세 시간이야. , 우리는 학교에서 어디든 함께 다닌다. , 우리만의 비밀은 우리끼리만 공유해야 한다. , 우비 클럽을 모함하는 아이들에게 복수한다. , 우리 클럽에서 탈퇴한 아이의 호리병은 깨진다. 그리고 다시 받아 주지 않고 아는 척하지 않는다.”

 

예나, 혜지, 라희와 나는 함께 음악실로 갔다. 민아는 혼자 걸어갔다. 아이들은 우비 클럽에서 떨어져 나간 민아를 꺼렸다. 이상한 소문이 퍼진 아이랑 다니면 자신들도 똑같이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화장품 브랜드, 화장 도구, 또는 화장법을 가르쳐 주는 뷰티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 대화가 지루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내색도 못하고 재밌는 척 들어 줘야만 했다.

예전에 나는 친구란 같이 점심 먹고, 과학실이든 운동장이든 같이 다니는 정도로만 지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비 클럽 아이들과 다니면서 친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맞는 대화라는 걸 깨달았다.

 

한번도 예나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없었지만, 이건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예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면, 앞으로도 남을 해치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할 것 같았다.

혜지의 핸드폰을 훔친 거랑 우비 클럽 아이들의 돈을 거짓말로 가로챈 건 네가 잘못한 거야. 누구도 널 조종하지 않아. 잘못을 인정해.”

예나가 날 쳐다 보았다. 예나의 눈동자는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네킹의 눈동자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나만의 색을 찾을 때도 나의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유심히 알아본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친구를 찾을 때 대화가 잘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옆에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로 바보 같은 일이었다.

 

예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거야. 나도 그랬어, 엄마가 떠났을 떼 무서웠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그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미웠어.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날며 땅을 찾는 것처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어. 예나도 그렇게 마음이 떠다녔던 거야.

 

기다리자,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해서 대화가 잘 통하는 아이, 진심으로 내 고민을 들어주고 이러면 어때?’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는 아이를... 키는 작아도 커도 상관없다.

 

왕따 당하기 싫어서 친구를 사귀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찾고 싶다. 두렵지 않았다. 이제 나를 더 믿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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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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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의 저자 김영훈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진리처럼 믿어온 노력의 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노력과 재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분석하며 노력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노력과 재능이 성공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 4가지 관점으로 접근해 논리적으로 밝히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 노력 신봉이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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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세상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꼭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잘할 수 있다는 노력 신드롬은 잘못된 환상이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노력신봉 공화국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성격적 특질, 재능, 소질 등은 타고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노력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재능과 노력이 서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재능이 많다고 노력을 더 만이 하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적도고 덜 노력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능과 노력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과가 낮은 원인은 궁극적으로 노력 부족이 아니라 재능 부족이다. 노력 부족은 밖으로 보이는 꼭두각시일 뿐이고 진자 원인은 재능부족이다. 진짜 원인을 모른 채 가짜 원인인 노력 부족만 때려잡으면 재능 없는 사람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재능-노력 연관성개념에서 설명했듯이 타고난 재능이 높은 친구는 그렇지 않은 친구에 비해 현실에서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한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이 낮은 친구가 노력해서 타고난 재능이 높은 친구를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재능이 노력을 압승하는 두 번째 이유는 노력의 효과가 재능이 높은 사람에게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타고난 능력이고 재능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면, 노력은 타고난 자기조절 능력이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현실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것이 노력이 재능을 이길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이미 노력도 재능과 같은 편이고 같은 부류다.

 

재능이 노력을 압도하는 마지막 이유는 경쟁과 시간이라는 현실의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노력만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경쟁률이 낮거나 대부분의 사람이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노력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아무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공부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고, 아무리 시켜도 못하는 사람은 절대 못하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사람은 알아서 잘한다. 우리가 자기조절 능력을 갖추고 싶다고 해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결정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성격적 특질이다.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즐비하다. 예를 들면 타고난 재능과 특질, 사회적 환경 등이다. 또한 그런 것들은 우리가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없어서 우리의 현실을 더 아프게 한다. 그래서 노력의 양으로 소득을 분배하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점점커지는 소득 불평등과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이다

 

노력 이외에 다른 요인들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더 유익하다. 그렇게 좌절할 필요도 없고, 패배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생각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재능도, 가정적, 사회적 환경에 기회도, 노력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지막 보루가 하나 있다. 그것은 사회적 환경이다. 높은 누진소득세가 소극적인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면,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적극적인사회적 책임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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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10억 - 100만 원으로 시작하는 부의 터닝포인트
이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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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으로 시작하는 부의 터닝포인트

어마들은 오늘도 육아와 살림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병행하는 슈퍼맘으로 살고 있다. 티끌모아 티끌이라 조소하는 시대, 엄마들의 머니 멘토 이지영 작가가 전하는 재테크 가이드이다.

재테크를 하고 싶지만 개념조차 낯선 엄마들에게 즉각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각종 실용적인 재테크 팁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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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입을 창출하는 방법

관심을 돈으로 바꿔라 - 소소한 관심사라고 무시하지 마고, 돈 되는 방법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나눠라 - 집을 단순하게 사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수입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것이다.

종자돈을 굴려라 - 지금 가진 돈이 500만원이라도 이 돈이 나를 위해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육아와 병행 가능한 재테크

블로그 운영 - 블로그는 집에서도 쉽게 운영할 수 있기에 추천하고 싶다. 블로그는 에드포스트를 통해 수익을 낸다.

인스타그램 - 단순히 소통에서 그치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통한 팔로워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본다면 부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업 - 직접 내가 지닌 물건을 임대할 수도 있고, 또는 본인이 임대한 곳을 다시 재임대할 수도 있기에 앞선 방법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 분야다.

유튜브 - 처음부터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장비를 갖춰야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엄마들도 곧장 시작해 볼 수 있고, 카메라가 없다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해도 무방하다.

스마트스토어 - 네이버 온라인 창업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는 개인 판매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소개한 다섯가지 방법은 일상 속에서 부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 사람에 활력과 행복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부자의 돈 습관 5원칙

1원칙: 현금을 사용해 계획적으로 소비하라

2원칙: 종잣돈 모으기의 목표와 기간을 수립하라

3원칙: 소득을 높이기 위해 나 자신에게 투자하라

4원칙: 소액으로 시작해 투자 안목을 높여라

5원칙: 꾸준한 돈 공부로 자신을 지켜라

높은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용기도 필요하지만, 투자에 관한 철저한 공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빠르게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부동산, 펀드, 사업 등 다양한 투자 방식에 대하여 배워야 한다. 투자 없이 현금을 그대로 가지고만 있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그 화폐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할 때 장기적은 관점에서 지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매매 자금 조달 방법, 매도 지연으로 인한 투자 기간의 장기화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넉넉하게 자금 계획을 세워야 안정적인 수익을 지켜나갈 수 있다.

 

위기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소중한 기회다. 그뿐만 아니다. 위기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한다. 위기가 없었다면, 현실에 안주하면서 마치 끓는 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도 모른 채 물에서 나가지 않는 개구리처럼 우리의 삶도 재정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재테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석을 잘했다고 해도 타이밍이 늦어버리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실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당장 돈 때문에 고민이라면 변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두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1.돈 문제가 없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심한다.

2.작은 부자 습관으로 스스로 부자의 길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먼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재테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가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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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잠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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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작가의 논픽션 데뷔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5년만의 전면 개정증보판

저자가 우연히 강아지 피피를 맡게 되면서 개에 대해 잘 몰랐던 그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피피를 배워야 해고, 그 과정에서 버려진 개에 대해, 고통 받는 존재에 대해 눈을 뜨며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 답을 찾고자,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취재하고 번식업자, 동물보호소 운영자, 애견 미용사 등을 인터뷰하여 문제작을 완성했다. 버려진 개들과 고통 받는 존재를 위해, 더 큰 사랑을 결단하게 위해, 이 책을 펼칠 용기를 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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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는 나에게만 특별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피는 수많은 개 중의 하나일 뿐이다. 피피는 특별한 개가 아니고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피피는 나에게 특별한 개이고 나는 피피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모든 일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목도한 것은 이 아니라 장소. 나는 번식견의 삶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내는 장소를 잠시 방문했을 뿐이다. 내가 본 것은 그들의 일상도 아니다. 그들이 구조되고 난 후의 어느 하루를, 하루 가운데에서도 몇 시간을 함께한 데 불과하다.

 

누군가는 동물 활동가면 번식장을 없애야지 무슨 케이지 타령이냐고 하겠지. 번식장은 없어지지 않아. 모든 사람이 유기견을 입양하지도 않아. 앞으로도 누군가는 품종견을, 어린 강아지를 갖고 싶어 할 거야. 그러면 번식장의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무조건 없애라고만 하면 번식견이 받는 고통은 어쩔 건데?

 

훈련사, 자칭 동물 애호가, 개를 입양 보내는 사람, 개를 입양하는 사람, 개를 오래 키운 사람조차 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유가 별로 없어요. 대부분은 자기 생각, 자기감정에 따라 일관성 없이 막 키워요. 개가 문제 행동을 하면 자기가 잘못 키운 줄 모르고 개 탓하면서 갖다버려요. 이게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예요.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냐고 물으면 난감해요. 개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요?

 

유기동물이 살아서 보호소를 나갈 확률은 50퍼센트 정도다. 원래 보호자도 찾지 낳고 새로운 입양자도 나타나지 않은 나머지 동물은 죽음을 맞는다. 많은 사람이 안락사와 달리 자연사 비율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의 자연사는 노쇠하여 죽음에 이르는 상태를 뜻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저 안락사가 아닌 죽음을 의미할 뿐이다.

 

방치되는 개들의 소유자는 개를 묶어놓지 않으면 반대로 풀어놓기에 혼종견의 혼종견의 최후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유기견으로 신고 되어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거나, 개장수에게 팔려가(혹은 길에서 붙잡혀가) 도살되거나. 대부분의 소유자가 중성화수술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 다산이 일반적인 혼종견은 동물생산업과 함께 유기견의 문제의 또 다른 축이다. 전 천안시 보호소의 센터장 김이 밀이 말했듯, 믹스견은 끝없이 태어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 개 농장이 있는 나라다. 수천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 개농장부터 수십여 개의 개농장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개농장 밸리까지, 하나뿐인 이 시스템을 통해 식용 개를 조직적으로 사육하고 유통한다. 다른 개 식용 나라의 개가 집힌 순간부터 수난을 겪는다면 우리나라 개농장의 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통의 연속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식용으로 태어난 동물에게는 아주 짧은 삶만이 허락된다. 많은 사람이 동종의 아기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고 여기면서 다른 종의 아이를 먹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구이용 닭은 인공적으로 몸을 불려 7주 만에 도살한 영계다. 송아지는 몸을 움질일 수조차 없는 나무 우리에 4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첫 걸음 떼어 도살장행 트럭을 탄다. 소적을 먹여 키우는 아기 양은 생후 1주에서 9주 사이에 도살된다.

 

누군가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전제한 뒤 세상에는 더 고통 받는 동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면 그 평등은 무가치하다. 모든 동물은 고통의 수례바퀴에 밀어 넣으려면 궤변일 뿐이다. 진심으로 농장동물의 고통을 우려한다면 평등을 위해 새로운 동물을 축산 체계에 포함하자고 말할 수 없다. 이미 축산 체계에 들어와 있는 동물의 복지를 실현함으로써 농장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자고 말할 것이다.

 

개라는 동물이 참 희한합니다. 부모나 형제보다 사람인 나를 더 좋아하고 의지해요. 동종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동물은 개밖에 없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동종과 싸우다 죽을 수 있는 동물이 개입니다. 이건 견종과 상관이 없어요. 반려견이라고 하는 품종견이나 똥개 똥개라고 하는 믹스견이나, 개는 다 그렇습니다.

 

인권 수준이 높고 복지를 보장하는 나라들이 동물권과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동물권과 인권은 양자택일의 문제나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상관관계에 가깝다. 모든 존재가 목적이라는 사상과 모든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의 주류가 될 때, 그리하여 특권과 특혜의 구조가 평등과 공존의 구조로 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의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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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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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과 어밀리아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산간벽지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사람이라고는 살지 않는 황량한 마을, 정전 상태를 만든 폭풍과 눈보라, 누군가 그늘 부부가 사는 런던의 집과 똑같이 꾸며놓은 침실 등이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속도감 넘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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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면실인증이 있다는 사실을 남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안 그러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테니까.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거나 괴짜로 여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안면실인증은 나에게 프로그램된 영구적 결함일 뿐이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볼 수 없고, 심지어 아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난 당신이 서랍에 숨겨둔 비밀 시나리오를 보게 되어서 기뻐. 왜 그 작품이 당신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지 이해해. <가위바위보>를 읽다 보니 당신의 영혼을 살짝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허락 없이 봐서 미안하지만, 이제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어서는 안 돼.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쓰다가 수명이 다한 성냥을 떨어뜨린다. 다시 끔찍한 암흑이다. 그때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등 뒤에서.

어밀리아. 어밀리아. 어밀리아.

 

속도를 줄이라니까! 내가 다시 한 번 소리쳤지만 어밀리아는 들은 체 만 체 하며 액셀을 힘껏 밟는다.

 

붉은 로브를 입은 여자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여자는 강력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을 가리지만 몸을 피하지는 않는다. 여자가 차에 부딪치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른다. 앞 유리에 부딪친 여자의 몸이 튕겨나가며 공중으로 솟구친다. 여자가 입고 있는 붉은색 비단 로브가 망토처럼 휘날린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닌 상황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수도 있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신이 배우자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로빈은 그 커플이 서로 모르는 걸 자신은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들은 로빈이 누군지 모르지만 로빈은 그들이 누군지 안다. 애초에 그들을 초대한 사람은 로빈이니까. 그들도 조만간 그 이류를 알게 될 테지만.

 

로빈은 헨리의 노트북을 열어 미완성 소설을 읽어 보았다. 음습하고 뒤틀린 헨리 원터의 전형적인 스릴러였다. 로빈은 무서운 대목을 읽다가 케이지 안의 토끼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로빈은 자신과 이름이 같은 토끼가 케이지 안에 갇혀 지내는 게 싫어 예배당 밖으로 내보냈지만 녀석은 멀리 도망치기는커녕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나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정말 이상하지 않아? 당신 말대로 헨리는 작년 9월에 신간을 냈는데 묘비에는 그 전해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게?” “그래서?” “그렇다면 그 책을 다른 사람이 썼다는 뜻 아니야?”

 

애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이제 애덤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웨딩드레스 입은 여자는 내가 아니야.”

 

당신과 공유하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어. 이미 말했듯이 나는 소설 한편을 완성했고, 또 한편을 썼어. 이번 작품은 아주 흥미진진해. 살짝 귀띔하자면 당신도 등장하는 소설이야. 가위바위보는 선택의 문제야. 난 이미 선택했고, 곧 당신 차례가 올 거야. 모든 걸 잃었을 때 한 가지 좋은 점은 더는 잃을게 없다는 거야

당신이 전 아내가

 

그제야 처음으로 어밀리아의 얼굴이 똑똑히 보인다. 아주 잠시지만, 그 얼굴은 낯설고 추하고 어두운 무언가로 변한다. 희번덕대는 어밀리아의 두 눈이 부엌을 사납게 두리번거리다가 식칼을 잡는다. 어밀리아가 번뜩이는 칼을 들고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때 도 다른 얼굴이 어밀리아 뒤쪽에서 나타난다. 또 다른 금속이 날이 번뜩인다. 날이 몹시 날카로워 보이는 가위다.

 

누군가는 헨리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그냥 아무런 종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리 만무하니까. 게다가 헨리는 내년에 신작 <가위바위보>를 출간할 예정이다.

 

샘은 손전등을 찾아 들고 질척한 땅에서 일어나 최근에 세운 것으로 보이는 묘비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그 안에 새겨진 글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마치 외국어를 독해하듯이

 

헨리 원터

한사람의 아버지, 많은 사람의 작가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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