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비밀 클럽 사과밭 문학 톡 3
유순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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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끈으로 묶인 우정,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 아이들이 겪는 친구 관계 문제를 섬세하게 다른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 은서는 소극적이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아이로,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우정을 고민하고 성장하려는 아이다. 은서의 시각으로 바라본 요즘 아이들의 친구 관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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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다.

3월말인데 친구를 한 명도 못 사귀었다.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가가가 말을 거는 성격이 못 된다. 작년에도 친구 사귀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우쿨렐레 동아리를 하며 같이 다니던 아이와 친해졌는데, 그 아이는 나와 다른 반이 되었다.

 

내가 올린 그림에 좋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직접 다가와 칭찬해 주는 아이도 있었다.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흥분됐다. 이런 과심을 더 받고 싶어서, 나는 매일 더 열심히 그렸다.

 

첫 교시가 끝났다. 쉬는 시간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으면 왕따 인증하는 거나 다름없어서 애니메이션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 필라아를 그렸다. 줄여서 루시라고 부르는데 요즘 내가 자주 그리는 만화 캐릭터다.

 

난 아무 대답도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혜지의 핸드폰을 훔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선생님이 자꾸 다그쳤다. “모르겠어요.”

 

우정 맹세 시간이야. , 우리는 학교에서 어디든 함께 다닌다. , 우리만의 비밀은 우리끼리만 공유해야 한다. , 우비 클럽을 모함하는 아이들에게 복수한다. , 우리 클럽에서 탈퇴한 아이의 호리병은 깨진다. 그리고 다시 받아 주지 않고 아는 척하지 않는다.”

 

예나, 혜지, 라희와 나는 함께 음악실로 갔다. 민아는 혼자 걸어갔다. 아이들은 우비 클럽에서 떨어져 나간 민아를 꺼렸다. 이상한 소문이 퍼진 아이랑 다니면 자신들도 똑같이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화장품 브랜드, 화장 도구, 또는 화장법을 가르쳐 주는 뷰티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 대화가 지루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내색도 못하고 재밌는 척 들어 줘야만 했다.

예전에 나는 친구란 같이 점심 먹고, 과학실이든 운동장이든 같이 다니는 정도로만 지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비 클럽 아이들과 다니면서 친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맞는 대화라는 걸 깨달았다.

 

한번도 예나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없었지만, 이건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예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면, 앞으로도 남을 해치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할 것 같았다.

혜지의 핸드폰을 훔친 거랑 우비 클럽 아이들의 돈을 거짓말로 가로챈 건 네가 잘못한 거야. 누구도 널 조종하지 않아. 잘못을 인정해.”

예나가 날 쳐다 보았다. 예나의 눈동자는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네킹의 눈동자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나만의 색을 찾을 때도 나의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유심히 알아본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친구를 찾을 때 대화가 잘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옆에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로 바보 같은 일이었다.

 

예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거야. 나도 그랬어, 엄마가 떠났을 떼 무서웠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그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미웠어.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날며 땅을 찾는 것처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어. 예나도 그렇게 마음이 떠다녔던 거야.

 

기다리자,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해서 대화가 잘 통하는 아이, 진심으로 내 고민을 들어주고 이러면 어때?’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는 아이를... 키는 작아도 커도 상관없다.

 

왕따 당하기 싫어서 친구를 사귀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찾고 싶다. 두렵지 않았다. 이제 나를 더 믿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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