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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침묵 할 수 밖에 없는 힘든 노동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IT로 우수한 국가다 보니 외국인 사이에서 1~2 년만 버티면 실력을 배운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업무가 힘들다.
여성의 날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눈치를 봐야하는 사회가 있는 시스템이 답답하기도 하다.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어머니가, 나의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이 그런 삶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무시도 차별도 감수해야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삶 전체를 희생해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혹은 폭력과 학대도 견디는 순종적인 ‘아내’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여성성’이었기에 그래왔다. 그러나 여성의 인권도 순종적으로 할 인권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여성의 실력은 전산실이 지하나 에스컬레이터 밑 후미진 곳에 위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이들은 ‘러닝커브’에서도 불리한 자리에 있다. 오래된 코드를 점검하고 고치기 때문에 신기술을 학습하기가 더 힘든 것이다. 이것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세대와 MZ여성의 세대 감 차이를 보이게 하는 후미진 노동의 댓가를 서로의 현실로 깨닫게 된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가족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우리의 정서 욕구는 가족 안에서만 완벽하게 충족되고 이를 대체할 수단은 없다. 또 이러한 이데올로기 안에서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이성애 결혼’에 의한 것이고 가정에서의 삶이 곧 ‘좋은 삶(good life)’이다. 반대로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동성애나 가족을 벗어난 삶은 ‘나쁜 삶(bad life)’이다.
특히 가사와 육아 서비스는 안전과 전문성의 요구로 인해 분업화하여 편재되어 있다. 이러한 돌봄노동을 최저 임금만 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는 결국 전문화된 가사돌봄노동을 위협할 것이다.
가사·돌봄노동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는 현실에 대한 개선 방안은 도외시하고 있다. 이는 또한 노동시간 단축, 일·생활균형 제도 등의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한 정책이다.
지금 세상 쓸모없는 백해무익한 정책이 고장 난 기관차처럼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다. 선로를 이탈해 큰 사고를 내기 전에 멈추어야만 한다. 이주 가사 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은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주노동자 착취 계획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