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역사 -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다
니키 헤이즈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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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심리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품격'을 지향해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양심을 지키고 품격을 기를 수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서구 심리학이 잘 다루는 분야는 본성, 성격, 성향, 기질, 인지, 기억, 행동, 태도 등이다. 요즘 동물행동학이나 진화생물학에 기반해 인간의 본성과 기질을 살피거나 실험하는 과학적 연구가 유행이지만, 본능적인 욕구나 성향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다운 품격을 함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하는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 나름 인본주의 심리학의 '제2의 르네상스'를 기대해본다.

영국의 심리학자 니키 헤이즈가 서구 심리학의 역사를 간술하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연대표로 보는 심리학의 역사'가 정말 일목요연하다. 첫눈에 서양 심리학의 시원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인간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성격심리학은 갈레노스의 성격유형론으로 대변되는 고대 로마의 의학적 인간관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대 심리학의 황금기는 대중에게 친숙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아니라 존 브로더스 왓슨을 비조로 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이었다. 모름지기 과학 연구의 헤게모니는 유럽이 아닌 미국이 꽉 잡고 있기에 그러하다.

1913년 '괴짜' 왓슨은 「행동주의자 선언서」를 발표하는데 이는 유전론자, 정신분석가 및 경험과 정신 활동을 탐구하던 '구식' 심리학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향후 반세기 이상 심리학의 방향을 주도한 왓슨의 행동주의는 '유전자 대 환경' 혹은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 극단적인 환경(양육) 우세론 쪽이다. 가령 왓슨은 자극-반응 학습을 강조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방식으로 열두 명의 아기를 키운다면 아기의 유전적 특성과 상관없이 의사든 변호사든 거지든 도둑이든 모든 종류의 전문가로 키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내가 태어난 1970년대엔 이렇게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행동주의가 '멋진 신세계'를 꿈꾸며 심리학의 권좌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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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로빈 워터필드 편역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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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 철학자'란 칭호로 불린다. 전쟁터에서 써 내려간 그의 비망록 『명상록』은 황제나 귀족의 견해와 태도보단 오히려 철학자나 구도자의 색채가 더욱 짙다. 마르쿠스의 철학적 토대는 평정심을 강조한 스토아주의다. 마르쿠스는 운명애, 회의주의, 공동선과 세계시민주의와 같은 덕목과 가치관을 강조했다. 공자가 평소에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면, 마르쿠스는 "전쟁이나 평화, 혹은 사랑과 우정과 성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거나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내가 『명상록』을 접한 지도 사십여 년이다. 『명상록』이 처음엔 각 잡고 읽어야 하는 '공부책'이었지만 지금은 내 삶에 소소한 위안을 주는 다정한 '친구책'이다.

여전히 이런저런 다양한 판본의 『명상록』을 들춰보곤 하는데, 이번엔 고대 그리스 철학과 역사 번역의 대가로 알려진 로빈 워터필드의 편역본을 택했다. 『명상록』이란 고답스런 제목 대신에 『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란 꽤나 자기계발스러운 제목이다. 스토아주의가 강조한 네 가지 기본 감정(기쁨, 두려움, 슬픔, 욕망) 가운데 특별히 '두려움'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맘에 와닿는다.

요즘 뉴스를 보면 실존적 불안감에 허물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편역자의 말처럼, "마르쿠스의 사유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문제들을 깊이 파고든다." 스토아 철학에 기반한 마르쿠스의 글은 영혼의 불안을 다스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실용적인 처방전이 아닐 수 없다. 자, 스토아 현자의 글을 한 대목씩 필사하면서 자아, 타인, 세상을 성찰하고 공동체 감각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음의 글은 어떠한가.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지금 처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곁에 있는 이에게 바르게 행동하고,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생각을 다스리는 일이 그것이다."(31쪽)

지금 한국 사회는 공동체 감각이 많이 무너져 있다. 공동체 감각은 기본적으로 자기수용과 타자신뢰의 기반 위에 세워지는 법이다. 자기수용이란 지금 처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이고, 타자신뢰란 곁에 있는 이에게 바르게 행동하는 일이다. "철학한다는 것은 관점의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인 마르쿠스는 전쟁과 전염병의 환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성찰하고 관점의 유연성을 성실히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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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강아지
조지아 라슨 지음, 그레이스 헬머 그림,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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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이중의 매력이 있다. 예술로 말하는 예술, 그림으로 말하는 그림이란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림책이 어린이의 미적 감각을 키우는 교양서 역할도 하고, 예술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회장의 도록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조지아 라슨의 그림책 《고흐의 강아지》(아르카디아, 2026)는 가난한 예술가의 대명사이자 비운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만약 반려견이 있었다면 어땠을지를 소재로 삼았다.

점박이 강아지 '써니'의 존재를 통해 어린 독자들은 고흐의 명작들을 두루 감상하게 되는데, 〈노란 집〉, 〈까마귀가 있는 밀밭〉,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론 강 위에 별이 빛나는 밤〉, 〈침실〉 등 대표작 9점이 소개된다. 어린 독자들이 반 고흐의 명작에 눈도장을 찍는 일은 기쁘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싶다. '고흐의 강아지' 써니가 불타는 밀밭과 별이 빛나는 밤의 안내자 역할로 나서지만, 써니가 일으킨 일련의 소동과 기적은 작품의 원래 맥락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가령 〈별이 빛나는 밤〉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고흐가 침실 오른쪽 창문을 통해 바라본 6월의 밤을 표현한 것이지 써니를 뒤쫓다 우연히 올려다본 별천지가 아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고흐의 명화가 전시된 미술관이나 프랑스 남부의 도시 아를에 가보고 싶어하는 어린 독자들이 있을 법하다. 아를 시절은 고흐의 창조적 열정과 강렬한 색감이 폭발한 시기로, 1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2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고흐의 그림 대부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오테를로에 있는 크륄러 밀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흐의 조카 빈센트가 기증한 작품들은 반 고흐 미술관에, 고흐의 예술성을 일찍 파악한 네덜란드의 예술 후원가 헬렌 크륄러 밀러가 사들인 작품들은 크륄러 밀러 미술관에 있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을 보려면 반 고흐 미술관으로, 12송이 〈해바라기〉를 보려면 독일 뮌헨의 노이에 피나코텍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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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 동의보감에는 없는 위대한 생태음식 이야기, 전면개정판
최철한 지음 / 라의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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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눈에 한두 방울 넣으면 갓 태어난 아기 눈처럼 초롱해지는 그런 신비의 안약이 나왔으면 싶다. 근거리 안경을 따로 맞췄는데, 책 읽을 때 노트북 쓸 때는 편해도, 필사를 하거나 수첩에 메모를 할 때는 나름 세심한 거리조절이 또 필요하다. 이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일이 있을 때면 근거리 안경만 쓰고 다닌다. 책 앞에서 안경을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하는 고약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거리 풍광이나 정물이 흐려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한의학에선 눈이 인체의 오장육부 가운데 간에 연결되어 있어, 눈이 안 좋을 땐 돼지 간, 소간, 산양의 간, 토끼의 간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그러고보니 길짐승 간을 안 먹은지 정말 오래 되었다. 천년 묵은 구미호도 아닌데 말이다. 눈 건강과 간의 관계를 알았으니, 이젠 좀 챙겨 먹어야겠다.

《동의보감》은 눈을 좋게 하는 생활습관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강조한다. 책을 덜 보는 것이 첫째고, 생각을 줄이는 것이 둘째이며, 내면을 보는 것이 셋째, 바깥을 덜 보는 것이 넷째이며, 늦게 일어나는 것이 다섯째, 일찍 자는 것이 여섯째다. '약초꾼 한의사'란 별명으로 불리는 최철한 한의사는 특별히 "눈이 좋아지는 운동과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총 아홉 가지 항목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유난히 맘에 걸리는 게 있다. 가령 '닭고기·밀가루 음식 덜 먹기', '매운 것 절제하기', '많이 울지 않기', '밤에 작은 글씨 억지로 읽지 않기' 등이다.

나는 매운 맛을 즐기고 육고기 가운데는 닭고기를 편애한다. 그리고 요즘 센티하게 눈물이 많아졌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찬바람 맞은 것처럼 눈물이 날 때가 잦다. 어젯밤 엽천문이 부른 영화 《첩혈쌍웅》 주제곡 '천취일생'을 듣다 눈시울이 거듭 뜨거워졌고, 《엽문3》를 다시 보는데도 눈물이 후두둑…. 세 번째 보는데 말이다. 한의사가 조언한 '눈 자주 감고 있기', '눈 감고 시계방향 81회, 반대방향 81회 안구 크게 회전시키기', '손바닥 뜨겁게 비벼 두 눈을 14회 문지르기'를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자주 시전해야겠다.

참고로 난 소음인 체질인지라 파, 마늘, 고추, 생강, 겨자 등을 평소 즐기는 편이다. 겨울엔 생강차를 달고 산다. 그런데 이런 매운 음식들을 과하게 섭취하면 머리의 정액이 소모된다는 얘기에 정말 깜놀했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이유가 후끈한 '맵부심' 때문인가 싶다.

"매운맛을 피해야 할 때는 보약 먹을 때뿐만이 아니다. 정액, 기운, 정신, 피가 부족한 상태에서 매운맛을 즐기면 이것들이 더 고갈되어 흰머리가 나고, 기운이 빠지며,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불닭볶음면, 마라탕, 짬뽕 등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은 매운 음식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불가나 도가에서 수련할 때 오신채를 피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액과 기운을 아랫배에 모아서 단전을 형성하는 데 오신채가 방해되기 때문이다."(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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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증명의 함정 -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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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은 '증명'에서 시작했다. 수학자 출신의 과학저술가 애덤 쿠차르스키는 《수학자가 알려주는 증명의 함정》(세종서적, 2026)에서 수학적 세계관의 근간이 되는 '증명' 방식이 세상과 사회를 어찌 변화시켰는지 설명한다. '증명'은 크게 직접 증명, 귀류법, 수학적 귀납법, 확률적 증명 네 가지로 나뉜다. 잘 알다시피 수학적 증명의 비조는 기원전 300년경 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유클리드다. 유클리드는 저서 《원론》에서 근본적인 원리에서 보편적인 진리로 보이는 것을 구성하는 방법을 세웠다. 정의에서 공리, 공리에서 정리로 나아가는 방식인데, 유클리드는 이런 정의와 공리로부터 수십 가지의 수학적 주장을 입증했다.

유클리드식 사고방식은 직접 증명과 귀류법을 포함한다. 직접 증명이 명확한 공리와 정리로 논리적 연결을 매듭짓는 방식이라면, 귀류법은 명제의 거짓 가정을 통해 공리의 모순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미국 대통령 링컨이 바로 유클리드의 이런 귀류법을 활용해 노예제에 반론을 펼친 바 있다. 노예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피부색 또는 지성, 재력을 이용해 정의한다고 해도 똑같은 논리에 따라 노예 소유주는 언제든 더 우월한 존재에 의해 노예가 될 수 있다. 결국 노예제는 자유 사회의 정의와 공리에 어긋난다.

그런데 우리 현실 세계는 불확실하고 모순적이며 복잡하기에 참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수 없는 명제들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과학철학자 포퍼는 우리가 어떤 것이 참임을 확실하게 보일 수 없지만 어떤 것이 거짓임을 보일 수는 있다며 과학적 주장의 반증 가능성을 우선시했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규칙이 다루지 못하는 모순이나 상황이 불가피함을 보여준 바 있다.

저자의 말대로, "삶은 무엇이 참이고 그게 왜 참인지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간극이 큰 상황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명확한 공리나 귀류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사용 가능한 증명 방식이 바로 확률적 증명이다. 명제가 확실히 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보다는 더 낮은 기준을 목표로 명제가 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확률적 증명은 과학과 의학에서 무작위 대조 시험에 의존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령 전염병이 유행할 때 새로운 백신을 배포하고 싶다면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증명해야 하는데, 그럴 때 확률적 증명이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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