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인공지능 백신 맞았는데 아무도 똑똑해지지 않았다 - 편리한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모두 불편한 인간지성 접종 대상자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1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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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챗GPT로 스마트폰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예술적 깜냥에 다시금 놀라는 요즘이다. 한창 보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장면들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한 사진들이 유튜브에 올라오는데, 이미지를 빠르게 갈아끼우는 '변신 놀이'에 나름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된다. 바야흐로 똘똘이 인공지능과 살갑게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에게 가볍게 물었다, 독서와 피클은 무슨 관계냐고. 그러자 이렇게 답한다.

"독서와 피클이라니, 흥미로운 조합이네요! 겉보기엔 서로 완전히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둘 다 일종의 "숙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클은 오랜 시간 동안 발효 과정을 거쳐 독특한 풍미를 얻고, 독서는 시간을 들여 책의 내용과 지혜를 소화하며 우리의 사고와 감성을 "숙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혹시 피클과 관련된 독서나, 피클을 먹으며 독서를 즐기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묻는 거라면, 그것도 독창적인 대화 소재가 될 수 있겠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오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정말 폭싹 컸수다, 인공지능. 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숙성'과 '발효'란 키워드를 이용해 독서와 피클의 관계성을 제대로 짚어냈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계산과 연산, 추론과 요약 능력은 이미 인간지능을 초월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변곡점에 진입했다지만, 창의성과 상상력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지성과 지혜의 차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은 이 책에서 지능과 지성, 복사본과 원본, 연산과 상상력, 직선주로와 곡선적 우회로 등의 차이에 기대어 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을 대조한다. 동시에, 인공지능에만 의존하다 인간지성의 퇴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의 편리함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불편함과 애매함을 견뎌야 발아하는 창조력과 지혜의 능력을 고사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편리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정답에 '감탄'할수록 문제의식은 실종되고 인공지능에 종속되어 '복사본'으로 살아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중략) 사람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땀 흘려 축적한 자기만의 '원본' 스토리를 창조하는 '불편한' 인간지성을 접종하는 것이다. '감탄'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감동'은 심장에서 나온다."(24, 25쪽)

그렇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가장 큰 차별점이 바로 "감탄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감동은 심장에서 나온다."란 한마디로 압축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데이터 홍수가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의 질적 도약은 여전히 미비하다. 저자는 이를 "수평적 넓이에 무너진 수직적 깊이의 안타까움"으로 표현한다. 저자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담론에 기대어, "지능은 수평적 확산을 통해 인식의 면적을 넓히려 하지만, 지성은 수직적 심화를 통해 인식의 깊이를 더하려 한다"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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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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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신간을 접했다. 『고독의 이야기들』(엘리, 2025)은 벤야민의 소설, 꿈, 설화, 우화, 비유담, 수수께끼, 말장난 등으로 버무려진 풍성한 비빔밥 같은 책이다. 여기에 각 단편이 시작되는 장마다 파울 클레의 회화 작품을 수록해 전반적인 텍스트의 아우라를 다채롭게 한다.

세심한 눈을 지닌 벤야민의 팬이라면 이 책에서 벤야민이 지속적으로 탐구한 소설, 이야기, 서사 등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낚아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페미니스트 사상가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을 "벤야민 읽기를 놀라운 방식으로 재조정할 굉장한 선물"이라고 평했다. 맞다, 벤야민의 문예이론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라면, 이 문학작품집은 탐험해 볼 가치가 충분한 보물지도가 아닐 수 없다.

책은 크게 '꿈과 몽상', '여행', '놀이와 교육론'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꿈과 몽상은 벤야민이 가장 초기에 쓴 글들과 그가 꾸고 기록한 꿈들이 실려 있다. 꿈은 무의식 세계로 진입하는 문턱으로, 꿈의 내용은 이성과 공상의 미묘한 뒤틀림을 피할 수 없다. 한편, 꿈의 메모들은 꿈꾼 자의 억압된 욕망과 은밀한 소망을 검열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거름망 작업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꿈의 형식과 꿈의 메모를 포함한 '꿈의 서사'는 그 자체로 문학적 몽타주 기법과 다를 바 없다. 몽타주는 본디 여러 조각을 붙여서 만든다는 뜻이다. 꿈의 서사는 여러모로 영화나 광고에서 여러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닮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벤야민의 글쓰기 방식이 기본적으로 몽타주 기법임을 간파한 바 있다. 아렌트의 말을 빌면, 벤야민은 "글을 조각낸 다음, 이를테면 조각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고 그 존재의 이유를 밝히는 방식으로 각각의 조각들을 새롭게 재배열했다."

벤야민의 여행 사랑은 유명하다. 여행은 친숙한 것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뜻이다. 여행과 여정이 주는 상상력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구수한 입담이나 한밤의 꿈이 간직한 동경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가능세계에 들어서는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고 할까. 나그네가 잠시 머문 행선지나 낯선 공간이 어느새 초현실적인 판타지 세계로 돌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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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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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게 물었다, 만약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인공지능은 이렇게 답한다.

"김구 선생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열정과 민족 통합을 위한 비전이 대한민국의 초석을 더욱 강하게 다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통일 정부를 꿈꾸며 남북 협상을 추진했던 인물로, 그의 리더십 아래 통일과 화합을 위한 정책이 더욱 강조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그의 교육과 계몽 운동에 대한 열정은 국민의식 향상과 사회 개혁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김구 선생의 철학과 가치관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독립 정신을 더욱 강하게 구축하는 데 기여했을지도 모르죠."

초대 대통령이 백범 김구였다면 친일청산과 민족통일만큼은 확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백범이 초대 대통령인 가능세계의 존재를 상상한다. 미국의 분석철학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실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상정했는데, 이를 '양상실재론'이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사고방식과 닮았는데, 양상실재론에 따르면, 한국의 초대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이승만이었지만, 초대 대통령이 백범 김구인 가능세계도 현실세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세계는 세계의 각 부분을 재조합하는 '재조합 원리'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가능세계론은 새로운 것을 만들 뿐 아니라, 우리가 아직 모르는 진실을 발견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루이스는 가능세계론을 '철학자들의 낙원'이라고 비유했다. 가능세계론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다른 세계보다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는 복수로 존재함을 강조한다.

나는 루이스의 가능세계론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철학자 오가와 히토시가 쓴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오아시스, 2025)이다. 책의 주제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철학적 사고를 일상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남다르게 바라봤던 철학자들의 생각 도구와 철학 개념은 물론 그 활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루이스의 가능세계 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 헤겔의 변증법, 푸코의 에피스테메, 데리다의 탈구축, 들뢰즈의 도주선, 말라부의 가소성, 가브리엘의 신실재론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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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과학이다 - 달리기를 위한 영양, 주법, 트레이닝, 부상, 보강 운동, 마라톤에 대한 모든 것, 2025 세종도서 교양부문
채찍단 지음 / 북스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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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으로 라이딩을 나가보면 힘차게 달리거나 달릴 준비를 하느라 몸 풀고 있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운동도 유행을 타는데, 러닝과 슬로우 조깅이 대세다. 나 역시 스쳐지나가는 러너들의 폼과 신발에 주목하곤 한다. 겉으로 파악할 수 있는 디테일이 팔치기, 운동화, 고글 딱 요정도다. 러너들의 복장에서 러닝 크루의 최신 트렌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지만, 러닝복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달리기를 만만하게 봤다가는 관절이 아작나기 쉽다. 달리기는 하드한 스포츠다. 따라서 과학적인 시각에서 조명한 달리기 기법이나 부상을 방지하는 예방법에 관심이 가게 된다. 내가 유튜브 채널 '채찍단'이 펴낸 《달리기는 과학이다》(북스고, 2025)를 펼쳐든 이유도 바로 값비싼 러닝화나 러닝복에 대한 소개보다도 보다 더 잘 달리는 과학적 노하우와 객관적인 수치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 러닝에 대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나 감상적인 뭔가를 예상했던 독자라면 각종 도표로 정리된 수치에 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토대로 에너지와 영양, 달리기 트레이닝, 부상과 보강 운동, 마라톤 실전, 달리기를 위한 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대 심박수에 따른 '심박존'을 나누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러닝 초보자이기에 대표적인 저강도 유산소 운동 강도인 'ZONE 2'를 중점적으로 팠다. 보통 최대 심박수의 60~70%를 잡는 ZONE 2는 "기초 지구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며, 안전하면서도 운동 효과가 충분해 많은 러너가 선호하는 강도"이다.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숨이 약간 찬 상태에서 45분 정도 운동을 하면 ZONE 2 훈련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책은 나이와 체력 수준을 입력해 자신에게 맞는 심박존 값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QR코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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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퀸 - 테일러 스위프트 평전
롭 셰필드 지음, 김문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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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컨트리 가수는 케니 로저스와 주얼(Jewel)이다. 케니 로저스의 노래 가운데 최애곡은 〈She Believes In Me〉이고, 주얼의 최애곡은 〈Foolish Games〉이다. 컨트리 음악에 대한 내 사랑은 같은 X세대인 주얼의 선에서 그대로 멈춰진 상태다. 그런데 이 명단에 테일러 스위프트란 거물을 끼워 넣자니 좀 아니다 싶다.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컨트리 가수로 입문했다지만 삽십대인 지금은 팝 음악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스타이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한 명의 아티스트를 넘어 미국 경제를 뒤흔드는 대중문화 거물이다. 비틀스를 꺾고 빌보드 앨범 차트 역사에서 가장 오래 1위에 머문 가수, 빌보드 아티스트 100에서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한 가수, 빌보드 핫 100에서 한 앨범 수록곡으로 톱 10을 모두 차지한 최초의 아티스트,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 수상한 최초의 가수 등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롭 셰필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마이클 잭슨이나 비틀스 이래로 팝 음악계에서 가장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극찬하며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테일러와 그녀의 음악 세계를 소개한다. 저자는 〈Our Song〉이란 곡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혈팬이 되었는데 최애곡은 〈All to Well〉이란다.

"테일러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이자 작곡가, 고뇌하는 시인, 관심병자, 협상가, 목소리 큰 코러스 그리고 작품집 가운데 하나라고 심사위원들을 설득할 시간이 5분 주어진다면 꼭 들려줘야 할 곡이 바로 'All to Well'이다."(78쪽)

싱어송라이터 테일러는 자신의 연애담을 명곡으로 승화시키는 고수다. 2012년 발표한 〈All to Well〉은 연인과의 순수했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노래로, 배우 매기 질렌할의 동생이자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과 3개월 동안 연인 관계로 지냈던 사소한 에피소드가 잘 녹아있다. 당신 누나 집에 두고 온 목도리를 당신이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는 가사 때문에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다. 동명의 단편 영화도 있는데, 〈올 투 웰〉은 위대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테일러의 음악 세계에 무심했는데, 이번에 맹렬히 들어봤다. 팔색조와 같은 테일러의 매력과 재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Cruel Summer〉, 〈The Way I Loved You〉, 〈Anti-Hero〉가 좋았다. 테일러는 여러모로 국내 가수 아이유와 비교되곤 한다.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민주 시민의 용기도 통하는 것 같다. 테일러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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