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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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별은 죽어갈 때 강렬한 에너지 파장을 발한다. 그 강렬함은 별의 질량에 비례한다. 제국도 별과 같다. 한 제국이 죽어갈 때 마찬가지로 강렬한 파장을 쏟아낸다. 그 파장의 강렬함과 깊이는 제국의 문화적 질량에 비례한다. "한 제국이 죽어가는 동안 가장 오래 살아남을 예술이 함께 태어났습니다. 죽음과 탄생이 한 침대에 누워 있던 시기였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서서히 저무는 무렵에도 강렬한 내폭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런 내폭의 증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프카(1883~1924)의 글과 에곤 실레(1890~1918)의 그림이다.

1900년 전후 빈과 프라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심장부였다. 소설가이자 문화기획자 홍선기는 1910년대 프라하의 작가 카프카와 빈의 화가 에곤 실레가 서로 '만나지 않은 쌍둥이'라고 보면서 두 천재의 내적 감수성과 예술적 스타일이 보여준 가족유사성에 주목한다.

잘 알다시피, 프란츠 카프카는 현대 문학의 상징적 아이콘이다. 문청에게 '카프카'란 이름 석자는 '애플'이나 '스타벅스'와 그리 다르지 않은 대형 브랜드다. 그의 소설 《심판》, 《변신》, 《성》은 '카프카적'이란 수식어를 하나의 문학적 테마로 만들었다. 가령 "불합리하고 악몽 같은 상황,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개인의 무력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죄, 부조리한 관료제, 무력한 개인" 같은 테마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서적 서늘함, 건조하고 메마른 분위기" 같은 무채색 감정이 곁들여진다. 카프카 특유의 문학 스타일은 카프카의 뿌리 깊은 소외감에 기인한다. 카프카는 독일어 문화권 안에서 이른바 '세 겹의 소수자'였다. "체코어를 쓰는 도시에서 독일어를 쓰는 사람, 가톨릭 국가에서 유대인, 그 유대인 사회에서도 신앙에 거리를 둔 회의주의자."

카프카는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와 애중의 관계였다. 아버지는 잡화점을 열어 자수성가한 유대 상인으로, "키가 크고, 목소리가 크고, 식욕이 왕성했고, 자식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적이었"다. 통치하고 명령을 내리고 불복종에 분노하는, 전형적인 독재자 유형의 가장이었다. 카프카는 일기와 편지에서 '카프카적 기질'이란 표현을 써서 "강한 의지, 건강, 세상을 정복하려는 태도" 같은 카프카 가문 특유의 마초 기질을 언급한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예술가 개인의 민감한 영혼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결을 선명히 재현한다. 카프카의 글도, 에곤 실레의 그림도 그러했다. 예술가 본인의 심리보고서이면서 동시에 당대 사회의 문화코드에 대한 분석적 탐구였다. 에곤 실레 역시 '아버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에곤의 아버지는 철도청 간부였는데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에곤에게 지울 수 없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가 오래 앓던 매독으로 정신착란 끝에 재산을 전부 불태우고 죽어버렸는데, 열두 살의 에곤이 다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뼈가 도드라지고, 관절이 꺽이고, 살갗은 푸르고, 손은 거미처럼 갈라지고, 엄지손가락은 거의 등장하지 않은"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그런 트라우마의 흔적이 선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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