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전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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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 괴이한 일, 힘으로 하는 일, 어지러운 일, 귀신에 관한 일은 공자의 담론에서 배제되고 차단되었다. 그런데 현대의 뉴스 미디어와 TV 드라마는 공자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글과 영상마다 괴력난신이 차고 넘친다.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는 방송인들은 웃픈 광대나 요란한 약장수 역할을 자처하고, 스마트폰에 중독된 좀비들은 거리와 길목을 활보하고 있다. 성인 ADHD 환자 신세가 되고 싶지 않다면 미디어 시청을 부러 차단하는 영상 디톡스가 시급하다. 지적 생활자라면 독서와 필사를 그런 미디어 디톡스의 일환으로 실천하고 있을 터. 여기 광기와 흥분으로 열뜬 마음을 진정시켜줄 책 한 권을 소개한다. '현대 일본의 마지막 석학'으로 존경받는 시라카와 시즈카의 역작 《공자전》(AK커뮤니케이션즈, 2025)이다.

저자는 공자의 생애와 사상을 논한 무수한 동양학 권위자들 가운데 탑급으로 손꼽힌다. 이 책은 공자의 삶의 방식과 발자취, 사상의 흐름을 거시적인 사회문화적 맥락과 결부지어 다부지게 풀어내고 있다. 책의 구성은 '동서남북을 떠도는 사람', '유교의 원류', '공자의 자리', '유교의 비판자', '논어에 담긴 뜻' 총 5장이다.

공자의 전기 자료는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에 집대성되어 있다. 오늘날 역사 덕후 가운데 사마천을 사필의 전범으로 추앙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저자는 사마천의 공자 담론에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사마천의 역사 기술 방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일관성이 결여되었고, 선택과 배열의 타당성을 잃고 있으며, 자료의 성질이 불분명한 잡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공자와 혈통과 세계에 대해 《사기》 등에 기록된 이야기는 모두가 허구다. 아마도 공자는 이름 없는 무녀의 사생아로 일찍이 고아가 되어 비천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점이 인간에 대해서 최초로 깊이 응시할 줄 알았던 이 위대한 철인을 낳았던 것이리라. 사상은 부귀한 신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28쪽)

공자는 분명히 세상을 바꾸려는 정치적 이상주의자였다. 유교의 출발점도 주류 정치에 반하는 반체제 이론이었다.

"공자는 한편으로 주공의 열렬한 찬미자이자 복고주의자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각지에서 등장한 반란자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고자 했던 모반자이기도 했다. 다만 공자가 여느 모반자와 다른 점은 그는 언제나 이상주의의 깃발을 높다랗게 내걸었고 '주공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표방했다는 점이다."(147쪽)

하지만 공자 사후, 일련의 권위화 작업과 신성화 과정을 통해 공자는 중국 문화의 보수 아이콘이 되었고, 유교는 동아시아 정치 체제를 정당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오늘날까지 공자의 지지자는 공자를 위대한 철인, 혁명가, 휴머니스트, 민주주의자, 참교육자로 추앙하지만, 비판자는 툭하면 공자를 문화적 보수, 망국의 원흉, 고루한 꼰대로 손가락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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