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리스 피플 - 책임, 공감, 원칙이 사라진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세계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 디플롯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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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물은 기능에 따른 나름의 고유한 쓰임이 있다. 이를 '어포던스'라고 한다. 숟가락으로 못을 박을 순 없고, 식칼로 와인병 마개를 따기는 어렵다. 인간이 만든 도구는 적절한 쓰임새와 기능적 한계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도구도 마찬가지다. 일부 순진한 디지털 개척자들과 사회 활동가들에게 소셜 미디어가 공유와 혁신, 진보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애초의 꿈이나 기대와는 달리, 정작 소셜 미디어의 어포던스는 그런 게 아니었다. 물론 '아랍의 봄'이나 '미투' 운동처럼 플랫폼 기업과 소셜 미디어가 가진 사회적 확성기 역할과 의제설정 효과가 각광을 받은 적도 있지만 말이다.

뉴질랜드 출신의 변호사이자 페이스북의 공공정책 담당자였던 세라 윈윌리엄스의 내부고발처럼, 거대 공룡이 된 플랫폼 기업 페이스북은 "책임, 공감, 원칙이 사라진" 케어리스 피플(careless people)들의 소굴로, 기업 수뇌부들은 깽 무비에 나오는 비열한 보스처럼 돈과 권력, 명예만을 추구한다. '좋아요'와 엄지 표시는 바이럴 효과와 알고리즘 종속을 통해 돈을 벌려고 만든 것이지, 사생활 보호나 불평등 개혁, 사회 해방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원칙적 이상주의에 불타 한때 유엔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저자는 페이스북에게서 사회적 혁신 매체로서의 잠재력을 보았고, 본인의 저돌적인 노력 끝에 세계 각국 정부와 공공정책을 교섭하는 페이스북 담당자로 일하게 된다. 페이스북의 최종 의사결정자는 여전히 마크 저커버그 1인이지만, 정책과 정치 파트는 셰릴이 주도하고 있었다. 아,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저자가 마크와 셰릴을 대동하고 한국 방문에 나서고 삼성 사람들과 만난 무미건조한 에피소드가 카메오처럼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다.

페이스북 최고 수뇌부의 지근거리에서 보고 들은 바를 폭로한 저자의 내부 고발은 재벌 드라마의 막장 전개 수준과 그리 다르지 않다. 노동 착취,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 개입,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조작, 반복되는 외교 결례 등이 그러하다. 분노한 퇴사자가 들려주는 페이스북 최고 경영진의 사내 정치와 경영 문화는 국제 갱단에 위장 잠입한 인터폴 수사관의 모험담처럼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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