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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 - 정신과 전문의 노먼 로젠탈이 건네는 마음 처방
노먼 로젠탈 지음, 고두현 옮김 / 토트 / 2026년 4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를 가장 깊이 즐기는 법은 하나다. 바로 암송이다. 낭송도 필사도 좋지만, 암송에 비할 순 없다. 시는 암송할 수 있을 때 강력한 치료제, 마음의 약이 된다. 물론 모든 문학이 '감정 마사지'와 같은 위로의 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낭송과 필사를 넘어선 시 암송이야말로 마음의 구정물이나 묵은 감정 찌꺼기를 말끔히 정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노먼 로젠탈은 《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토트, 2026)에서 시가 가진 놀라운 치유력을 예찬하면서, 상실, 불안, 갈등, 노화, 죽음 등을 다룬 50편의 명시를 엄선해 우리네 멍든 마음과 지친 영혼을 치유할 수 있게끔 돕는다. 각 장의 글은 한 편의 시와 관련 해설, 그리고 '시가 건네는 마음 처방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처방전이 사랑과 상실을 다룬 엘리자베스 비숍의 〈한 가지 기술〉이고, 마지막 처방전은 서양 장례식에서 가장 자주 낭송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다.
천천히 낭독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무르익어 암송할 수 있을 때 시가 지닌 놀라운 치유의 마법이 살아난다. 가령 맨 마지막 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는 삶과 죽음에 대한 위로의 시로 매우 유명한데, 영혼불멸의 믿음을 바탕으로 "날리는 바람, 눈 위에서 반짝이는 빛, 익어 가는 곡식, 잔잔하게 내리는 비, 아침의 고요, 원을 그리며 나는 새, 부드럽게 빛나는 별들"에 고인의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노래하면서, 죽음의 비애와 상실의 슬픔을 완화시키며 위로한다. 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을 무척 성숙한 방식으로 위로하는 따스한 시가 아닐 수 없다. 고인의 존재를 얼마든지 "바람, 빛, 별, 소리 등 일상의 수많은 연결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의 결이 곱고 아름답다. '인생 시'가 될만한 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