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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우리 삶에 우여곡절이 필요하다는 과학적 증명
오이시 시게히로 지음, 신소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적인 삶을 논할 때 꼭 거론되는 것이 '행복'과 '의미'다. 희랍의 철학자는 행복을 삶의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심리학자는 행복보다 의미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신앙 활동이 삶의 행복과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끔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튼 철학과 심리학에서 '행복 대 의미' 논쟁은 생물학의 '유전 대 환경' 논쟁처럼 악명이 높다. 이런 오래된 논쟁을 타개하는 제3의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행복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오이시 시게히로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좋은 삶을 위한 제3의 길로 제시한다.
저자가 보기에, 행복은 취약하고 의미는 부질없다. 대체적으로 행복하거나 의미 있는 삶에는 평안과 안정이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행복을 원대한 목표로 삼으면 오히려 좌절과 우울의 늪에 빠지기 쉽다. 살면서 사사건건 의미에 집착하면 오히려 불안과 자기혐오의 수렁에 빠지기 쉽다. 행복은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고, 의미는 남달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오직 정신적인 풍요로움만이 인생을 건실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비록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에 불확실한 부분이 많고 종종 불안정하더라도 말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지향하면 인생의 역풍과 우여곡절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바람을 거슬러야 잘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말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어떤 인물들이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았을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행복한 삶이나 의미 있는 삶과 어떻게 다를까? 직접경험만이 축적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간접경험도 유효할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어떤 점에서 이로울까? 어떻게 하면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32쪽)
삶의 행복과 의미에 대한 담론은 차고 넘친다. 미국의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라고 했다. 그렇다, 행복은 거창한 승리가 아니라 오후 세 시의 차 한 잔 같은 인생의 소소한 기쁨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내일 아침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란 말도 있다. 그렇다, 장기적인 행복은 대체로 직업적인 성공이 아니라 대인관계의 성공에 달려 있다. 실제로 내일 아침을 기다리며 설레며 잠자리에 드는 이는 행복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야구 경기를 할 때마다 변하는 타율과 같다면, 정신적 풍요로움은 통산 홈런 기록처럼 합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