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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구별에 내려온 창조주가 세속적인 직업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분명 정원사(원예가)를 고를 것이다. 정원을 가꾸고 돌보는 원예일은 지상낙원을 조성해야 하는 신의 천부적인 소명의식과 미적 가치를 지향하는 지혜로운 심미안과 매우 잘 어울린다. 조물주가 창조한 경이로운 자연경관의 예쁜 축소판이 바로 정원이다.
정원은 심미안을 가진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정원 가꾸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예술 활동이면서 장삼이사가 평범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기쁨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낙원처럼 가꾸는 마법을 부릴 줄 알았던 타샤 튜더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미국 버몬트주에서18세기 영국식 정원을 가꾸고 19세기 목가적인 삶을 살았던 타샤 튜더 여사는 명실상부 느리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이다. 다재다능한 타샤 튜더에게는 화가, 동화작가, 삽화가, 원예가, 자연주의자 등 다양한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여사에게 나날의 행복을 선사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일은 정원 가꾸기였다. 녹 녹는 4월부터 찬 서리가 내리는 10월까지 관심의 대상은 늘 정원이었다.
식물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창조하는 원예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원살이', '시골살이', '홀로살이', 말만 들어도 벌써 허리가 아파오고 묵직한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꽃과 동물을 벗 삼아 살아가는 목가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미니멀한 삶이지만 실제론 품이 엄청 많이 든다. 미적 감각 외에도 구도자의 근면성실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버몬트주 깊은 산골 30만 평 대지에 자리잡은 정원을 돌면서 화초와 나무를 심고, 물주고, 돌봐주고, 기르고 열매를 수확하며 보내는 일상이기에, 너무 성질이 급하거나 불같으면 오히려 명을 재촉하기 쉬울 것이다. 가령 타샤는 겨우내 길가에 내린 눈을 치우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때 필요한 건 거창한 제설작업이 아니라 그냥 눈밭을 사뿐히 걸어갈 눈신 한 켤레뿐이다. 동식물에 대한 열정이나 미적인 것에 대한 추구도, 그리고 정원일도 과유불급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