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 한숨에 읽는 2
스티븐 나이트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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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가'로 손꼽힌다. 소싯적 해문에서 펴낸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들을 열심히 섭렵했는데, 대략 60여 편이었다. 크리스티 여사가 남긴 작품이 장편 72개, 중단편 159개라니, 아직 읽어야할 작품이 더 남아 있어 기쁘다. 한 유명작가의 전작 리스트도 따라잡기 힘든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나라의 범죄소설 계보를 따라잡으려면 얼마나 고되겠는가. 그런 번잡한 고역에 도전한 매우 용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호주의 역사학자 스티븐 나이트다.

저자는 호주 범죄 소설의 200년 역사를 개괄한다. 1818년부터 2017년까지의 호주 범죄소설 900여 편을 다루고 있는데, 등장하는 작가 명단과 대표작품이 줄줄이 사탕이다. 추리소설 덕후인 내가 지금껏 읽은 추리소설을 다 합쳐도 900편이 안 될 터인데 엄청난 목록이 아닐 수 없다. 해서, 책 제목은 '한숨에 읽는'이라고 했지만, 정말 한숨에 읽어나가긴 어려운 책이다. 더구나 호주 범죄소설 작가가 생경한 국내 독자를 위해 역자가 깨알처럼 단 주석도 같이 읽어야 한다. 책 말미에 찾아보기 쉽게끔 작가 인덱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알아두면 좋은 유명작가들만 조금 추려보았다. 1980년대부터 명성을 떨친 범죄소설 작가들만 나열해도, '호주 탐정/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코리스, 『클라우디아 발렌타인』 시리즈의 말리 데이, 『잭 아이리시』 시리즈의 피터 템플, 『할 찰리스』 시리즈의 게리 디셔, 『베리티 버드우드(버디)』 시리즈의 제니퍼 로우, 관능미 넘치는 레즈비언 형사 『캐럴 애슈턴』 시리즈의 클레어 맥냅, '호주 범죄소설의 어머니'로 불리는 가브리엘 로드, 모계 쪽 호주 원주민 혈통을 지닌 형사 캐릭터 '보니'를 창조한 아서 업필드 등이 있다.

"…보니가 가진 전통적인 추적 기술들과 그것들을 실제 업무에 응용함과 동시에 사건 수사를 원활하게 하는 그의 인간적이고 조용한 성품은 훌륭한 미스터리 구조를 만들었다."(21쪽)

초창기 호주 범죄 소설의 주제는 스포츠, 죄수주의, 떠돌이 생활, 숲속 강도 행각, 금광을 둘러싼 이야기 등이라고 한다. 아무튼 범죄소설에 사설탐정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는 법. 하드보일드 사설탐정으로 영국 소설가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와 미국 작가 사무엘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가 유명하다. 호주에선 피터 템플의 잭 아이리시(Jack Irish)가 바로 딱 그런 하드보일드 탐정이다.

잭 아이리시는 호주 멜버른의 누추한 곳에 사는 전직 변호사로, 호주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류 계층의 문제들과 거대한 부패 세력의 힘이 관련된 법적 케이스를 다룬다. 대도시(로스앤젤레스, 멜버른)의 현실적이고 어두운 뒷골목 분위기, 날카로운 사회 풍자, 그리고 냉소적이며 인간적인 결함을 가진 탐정 캐릭터가 공통점이다. 피터 템플은 호주 최초로 영국 범죄작가협회 골드 대거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잭 아이리시' 시리즈는 2013년 6편의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는데, 배우 가이 피어스가 잭 아이리시 역을 맡았다.

"피터 템플은 단순한 범죄 소설 이상이라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그의 소설 『무너진 진실』(2009)과 『해변가 저택의 몰락』(2005)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호주 남자 경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의 국제적 유행을 이끌었다."(27쪽)

"작가 피터 템플은 일반적으로 마약과 비즈니스가 섞인 권력이 개입된 미스터리를 국제적으로 옮기는 데 능할 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이 어떻게 평화로운 빅토리아 교외 도시 또는 그가 대담하게 만들어 낸 취약한 시골 지역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303쪽)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계 호주 작가 제인 하퍼에 주목했다. 제인 하퍼의 데뷔작 『드라이: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2016)은 호주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루며, 주인공인 금융범죄 전문 연방경찰 정보요원 아론 포크가 고향으로 돌아와 과거와 현재의 비밀을 파헤친다. 두 번째 소설 『대자연의 힘』에서 포크는 가상 지역인 지랄랑산맥을 걷던 중 5명의 친구로부터 멀어진 후 사라진 한 여성 언론인의 미스터리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역자 장영필은 국내에 이미 출간된 『드라이』를 굳이 『죽일 수 밖에 없었다』로 옮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명탐정 푸아로를 '프와로'로 옮기는 배짱은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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