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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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인간과 세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지식 유튜버 이클립스는 '학문'이 아닌 '태도', 특히 회의적인 태도에다 방점을 찍는다. 철학이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왜?'라고 묻는 태도"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얄굿게도 저자는 그런 철학적 태도를 15분이면 훔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런 장담은 철학적인 태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역시 데카르트, 칸트, 니체, 하이데거, 카뮈 같은 천재들의 뇌를 충분히 빌려쓸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그게 철학서를 읽는 가장 큰 쓸모일 수도 있다.

유명 철학자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아낸 생존 전문가이고, 이들이 담금질한 철학 개념은 믿음직한 '생존 도구'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찾는 도구,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 진짜 기쁨을 찾는 도구, 고립의 시대에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가 바로 이런저런 철학 개념인 것이다. 철학을 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철학 도구를 제대로 쓸 줄 안다는 얘기다. 철학 공구의 쓸모는 크게 '진리와 인식'(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윤리와 정의'(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유와 실존'(나는 누구인가)의 삼대 영역에 걸쳐 있다.

진리와 인식의 영역에서, 나는 유독 꿈과 기억에 관심이 많다. 꿈과 기억이 창조성과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영감이 필요한 과학자와 뮤즈가 절실한 예술가는 꿈을 창조적 상상력의 캔버스로 활용하곤 했다. 가령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와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가 다 꿈에서 얻은 영감 덕분이었다. 철학자도 꿈인가 현실인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실재인가 가상인가에 관심이 많았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나 장자의 호접몽(나비의 꿈), 데카르트의 악마의 가설,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 불타의 마야가 대표적이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가상 현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꿈과 기억의 테마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윤리의 정의의 영역에선 도덕철학이 핵심인데, 세 가지 윤리 모델이 유명하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칸트의 의무론, 벤담의 공리주의다. 저자는 공리주의나 의무론의 교리보다도 "결과와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을 우선할지 판단하는 법, 그리고 도덕적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법"을 강조한다. "벤담과 칸트 사이 어디쯤, 당신만의 윤리적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는 의무론과 공리주의 두 관점을 모두 사용하는데, 법 체계는 대체로 칸트적이고, 정부의 정책 결정은 대체로 공리주의적이다.

자유와 실존의 영역에선 실존주의와 정신분석, 불교의 무아론에 주목하고 있다.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키르케고르의 유신론적 실존주의,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불안과 카뮈의 부조리를 언급한 뒤,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라캉의 거울단계를 소개한다. 책을 데카르트의 회의론으로 시작해서 불교의 무아론으로 마무리짓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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