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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대변자, 달라이 라마 - 조국과 민족을 위한 70여 년의 비폭력 투쟁, 달라이 라마 구순 특별 회고록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 지음, 안희준 옮김 / 하루헌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구순 특별 회고록 《티베트의 대변자, 달라이 라마》(하루헌, 2025)는 티베트 저항운동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티베트 저항운동의 양대 기둥은 '자치주의'와 '비폭력 평화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이 아닌 '자치', '무장투쟁'이 아닌 '비폭력 저항'을 지향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민족과 문화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과 완전한 독립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고, 이를 '중도 접근 방안'이라고 부른다. 중도 접근 방안의 운동 목표는 간단히 말하면 지금의 대만이 처한 현실적 지위인 '일국양제'이다. 이는 달라이 라마가 가장 중시하는 티베트 국민의 행복과 복지의 문제와 중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영토 보전과 지역 안정의 문제를 모두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정작 달라이 라마의 이런 방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티베트 자치운동의 구심점이 달라이 라마 성하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정교일치 체재의 지도자다. 대중들은 그동안 '관세음보살의 현신'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불교 지도자로서의 면모에만 주목해왔고, 비록 연민하는 마음은 있다 해도 망명정부의 정치적 수장으로서의 면모는 외면해왔다. 그런데 이번 회고록은 지난 70여 년간 달라이 라마가 걸어온 조국과 민족의 자유를 위한 비폭력 투쟁이 어떤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서술한다. 1951년부터 1959년까지는 달라이 라마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1950년 열여섯 살에 중국의 무력 침공을 목도하고, 1959년 스물다섯 살에 조국을 떠나 인도로 망명했다. 이후 약 75년 동안 조국의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티베트 외부에서 비폭력 평화노선의 운동을 지속해 왔다.
1959년 3월 10일 라싸에서 중국의 티베트 병합에 항의하는 저항운동이 일어난다. 3월 10일은 라싸 민중 봉기 기념일로, 일제 식민통치에 큰 타격을 준 우리나라 3.1 운동에 해당하는 그런 날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중국의 강압정책과 탄압에 항의하는 티베트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곤 한다. 가령 1989년 3월과 2008년 3월의 시위가 그러하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3월 시위는 티베트 문제를 전세계에 부각시켰고,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림픽 성화 봉송 기간 중에 여러 나라에서 티베트인과 연대를 표명하는 시위가 벌어지곤 했는데, 중국 정부는 이런 사태의 책임이 달라이 라마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티베트자치구 공산당 서기는 "달라이 라마는 승복을 입은 늑대이며,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짐승의 심장을 지닌 악마다"라며 비난했다.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으신 분에게 할 말은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