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
최광희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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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밀한 가족사를 얘기하는 영화평론가의 글은 처음 접한다. '미치광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영화평론가의 책《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크레타, 2025)를 흥미롭게 읽었다. 유머가 양념처럼 뿌려진 신변잡기 에세이다. 간혹 〈매불쇼〉 시네마지옥 코너에서 중절모를 쓰고 있는 저자 모습은 얼핏 봤어도 그가 '정통파' 영화평론가인 줄은 몰랐었다.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애호가 수준 아닌가 여겼더랬다. 뭐, 아직도 저자의 진지한 영화평론은 한 줄도 읽은 바 없으니 애호가나 덕후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책에는 뭔가 자기만의 철학과 딸깍발이스런 고집이 느껴지는 갬성이 장난 아니다. 특히 도덕 교사로 중학생 꿈나무들을 지도하면서도 이른바 '정답이 있는 삶'과는 다른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그것을 성취하며 사는 삶은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처럼 도망치듯 사는 길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과 ‘하기 싫은 건 참지 않는다’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느니 도망치는 것도 삶의 방편이고, 그 길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다."(32, 33쪽)

나는 영화를 사랑해야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지식을 사랑해야 철학자가 될 수 있듯이 말이다. 글재주가 있는 먹물들은 평론 쪽에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나도 한때 영화평론을 멋지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무식하게 '하루 한 편 365일 영상 수련'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내 영화 사랑은 쉽게 물리고 마는 성질의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름 넘게 카레만 먹고 지냈다고 하기에 나도 할 수 있다 여기고 대뜸 도전하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영화도 쉽게 물리고 말더이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자의 한 언론 인터뷰를 찾아보니, 나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뒤늦은 위안과 위로를 주는 대사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평론은 기본적으로 거리두기에서 시작돼요. 평가 대상과 거리를 둬야 하는데 평론가들이 그 대상과 붙으려고 하죠." 영화평론도 정치평론처럼 비판적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그렇구나' 싶었다. 사랑이 아니라 비판이 먼저라는 소리다. 아무튼 영화라는 영상매체에 쉽게 물리는 내게 실망한 내게 위안을 주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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