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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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다면, 다음 세 가지 원인 때문이다. 핵전쟁의 위협,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파괴, '합리적 담론의 장'의 붕괴. 비판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이를 우리 인류가 당면한 세 가지 핵심 위협으로 언급한다. 지구 종말을 알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자정까지 100초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초비상 사태다. 과연 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문명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다. 이제 진지하게 기후 정의를 실천해야 할 시기다. 그동안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이나 해결책이 없진 않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이 주장한 '글로벌 그린 뉴딜'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폴린은 화석연료 이후의 시대를 정의롭고 평등하게 전환해 나가면서 동시에 번영할 수 있는 경제 모델로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이는 그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전세계적 규모로 추진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그린 뉴딜의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소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5퍼센트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 둘째, 녹색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이 실업의 고통과 경제적 불안정의 우려에 노출되지 않게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하고 호혜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취업 기회 확대와 전 세계 노동자와 빈곤 계층 등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기후 안정화의 중요한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촘스키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슈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강조하는데, 모두 재원조달의 규모와 방법에 관련된 문제다. 하나는 '화석연료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노동자들과 지역 사회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저소득 국가들이 추진하는 그린 뉴딜 프로그램을 고소득 국가들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합리적 담론의 장'은 핵 위협이나 기후 재앙과 같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확대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합리적 담론의 장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계급 불평등의 심화, 사회 인프라의 붕괴,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 지정학적 강경 노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 황당한 음모론, 큐어넌(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유래한 미국의 극우 음모론의 일종), 부정선거 주장 등이 그러한 물증이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 정책이 우익 급진화와 정치적 권위주의의 부활을 촉진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신파시즘을 초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 정책이 초래한 주요 결과 중 하나는 사회 질서의 붕괴입니다. 그 붕괴는 극단주의, 폭력, 증오, 희생양 만들기 같은 현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며, 이 틈을 타 권위주의적 인물들이 '구세주'의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조성됩니다. 우리는 지금, 신파시즘의 한 형태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습니다."(120쪽)

촘스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특징이 바로 '제약 없는 계급 전쟁'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 권력을 쥔 이들과 그들의 정치적 하인들이 잔혹한 형태의 계급 전쟁을 벌여 왔다.

"계급 전쟁이 심화할수록 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는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윤과 권력을 극대화하려면,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모두의 미래조차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생명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며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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