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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
오가와 히토시 지음, 곽현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오가와 히토시는 시민을 위한 열린 철학을 실천하는 대중철학자다. 신간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이든서재, 2025)은 그동안 철학과 사상을 멀리한 장삼이사가 일상생활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철학 개념을 소개한다. 이 책은 백 개의 철학 개념으로 채워진 '가정용 공구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저자는 일단 철학적 사고과정을 '의심한다, 관점을 바꾼다, 재구성한다' 삼단계로 파악하는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연함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실을 사랑하되 오류를 수용하라." 프랑스의 계몽 철학자 볼테르의 말이다. 이 말을 정직하게 실천하려면 통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을 뒤집는 생각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저자 오가와 히토시가 제공하는 철학적 의심의 공구상자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플라톤의 이데아, 장자의 만물제동, 바타유의 성스러운 것,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 멘더빌의 꿀벌의 우화 등 다양한 구성을 자랑한다.
책의 구성은 '일반적인 문제를 의심하는 50가지 방법'과 '개개인의 문제를 의심하는 50가지 방법' 두 파트로 나뉜다. '기존과 다른 사실을 제시하라'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판단을 중지하라'는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 '요소로 분해하라'는 데리다의 탈구축, '움직임으로 세상을 보라'는 들뢰즈의 생성 변화 등이 일반적 의심 기술로 소개되고,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노직의 자유지상주의, '몸과 마음은 다르다'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초인사상, 하이데거의 다자인 존재론 등이 개인적인 의심 기술로 소개된다. 그런데 저자의 이런 구분이 크게 의미있어 보이진 않는다.
나는 현상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판단중지)'야말로 철학적 의심의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가령 진실의 우물을 들여다본다고 치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관점이나 선입견, 습관적 이해와 같은 기존 정보를 일단 내려놓는, 판단을 보류하는 행위인 에포케가 없다면, 출렁이는 물로 인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우물에 비친 제 모습을 진실이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정보의 소음을 걷어내는 에포케가 없다면 우물 바닥의 돌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당연함을 의심하고 진실한 경험만으로 사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속에서 대상의 전체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바로 '현상학적 환원'이다. 에포케를 계기로 현상학적 환원을 하고 나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