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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열림원, 2025)을 보면서, 감수성이 남다른 작가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료'라는 무척 생소한 필명이었는데, 이름만 들었을 땐 만화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정작 필명은 일본 만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동료'의 료에서 따왔다고 한다. 책 내용은 런던살이를 주무대로 펼쳐지는 '아티스트 료'의 감상 에세이다.
감상의 전개는 점묘법 스타일이다. 사유의 전후맥락를 쳐낸, 짤막한 직관적인 감상이나 오랫동안 곱씹은 생각에서 건져낸 덩어리의 형태랄까. 글 중간 중간 직접 그린 그림과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이 매실액처럼 감각적인 글의 풍미를 살려준다. 그래서 빈티지에 푹 빠진 개성 넘치는 예술가의 라이프스타일 노트를 펼쳐보는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필자의 이력이나 사적인 생활사가 글속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의도적인 '신비 마케팅' 아닌가 싶기도 하다.
료의 글엔 평소 내가 해온 생각과 맞물리는 게 많다. 그러다 료의 왼손 사진을 보니 감정선이 나와 꼭 닮은 것이 아닌가. 이른바 '다정검객무정검'과 같은 타고난 외강내유 스타일이랄까. 특히 "'무언가 주고 싶다.'는 마음과 '무언가 갖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헤아려주고 헤아려지는 것은 어쩌면 말이다."란 대목에서 절로 무릎을 쳤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미를 중시하는 료의 생활철학에 공감이 간다. 그렇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아티스트 웨이는 곧 인간다운 삶 그 자체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진과 선, 참과 바름에 너무 집착했던 관계로,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주는 매일의 아름다움과 귀여움, 축하함과 감사함"을 가벼이했던 적이 있다. '문질빈빈'이란 성어를 빌면, 나는 그동안 '문'을 가벼이한 죄를 지은 셈이다.
매일의 삶을 참된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 바로 예술적인 감수성 아닐까 싶다. 료의 말대로, "모든 걸 알 수는 없어도, 자세히 보고 느끼는 것, 진짜의 마음을 알고 싶어지는 것, 그리고 가능한 저 마음속 끝에 헤아려지길 원하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저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하고 실패할 자유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