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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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늘날 고용시장은 양극화되고 중간 지대는 축소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는 주로 고도의 교육을 받은 소수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중산층은 옅어지고, 저임금 부분은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컴퓨터와 로봇, 인공 지능이 주도하는 급진적인 기술 진보가 노동 세계의 이런 구조적 모순(부의 양극화)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가 제1차 기계 시대라면, 디지털 혁명 이후는 제2차 기계 시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2차 기계 시대의 도래로 노동 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을수록 고용 증가율은 떨어진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의 소멸을 걱정하지만,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확실히 승리를 거둘 네 가지 직업군이 있다. 바로 첨단 컴퓨터 공학 분야,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제4차 산업의 서비스업 분야, 수공업 분야,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월등히 비중이 큰 이른바 공감 직업 분야다.

앞으로 이 네 분야는 피고용자의 수가 뚜렷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네 가지 직업군에 걸맞은 인력을 충당하기에는 나름 고충이 예상된다. 가령 첨단 컴퓨터 공학과 제4차 산업 분야는 장기적으로 그에 맞는 고도의 자격을 갖춘 전문 인재를 충분히 구하기 어렵고, 수공업과 공감 직업은 상대적 저임금을 감수하면서 친절과 인내, 공감으로 기꺼이 함께 일할 인원이 부족할 수 있다.

학계에 나도는 탈산업사회 담론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산업 사회와의 단절을 강조하기 위해 갖다붙이는 '앙꼬명'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18세기와 19세기에 생산 기계의 혁명으로 노동 사회(성과 사회)가 탄생한 것처럼, 1970년대 이후 정보 기계의 혁명으로 '의미 사회'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성과 사회와 의미 사회의 '노동' 개념에 주목할 만한 의미 변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성과 사회가 노동을 삶과 생존을 위한 활동으로 이해하여 물질적 번영과 양적 성장을 강조했다면, 의미 사회는 노동을 삶의 의미와 목적, 사회적 소속감을 위한 활동으로 이해하여 일의 질과 조건, 자유로운 삶을 중시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의미 사회 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노동과 소득을 철저하게 분리하면서 '무조건적 기본 소득'의 제도화를 주장한다. 무조건적 기본 소득은 인간이 생업 노동에 매이지 않고, 자유와 진정한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는 제도다. 경제적으로 가능하다면 한 국가의 모든 시민이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생계 보장용 소득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무조건적 기본 소득이 사회적 기본권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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