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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이충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7년째 운영하는 청년 철학자의 철학 입문서를 읽었다. 제목은 《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쌤앤파커스, 2025)이다. 철학 만찬 코스 요리에 비유하면, 이 책은 전채에 해당한다고 할까.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이란 부제처럼, 서양철학 사조와 핵심 개념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고대 자연철학자 탈레스의 밀레토스학파에서 출발해 동시대 페미니스트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개념과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까지 맛보기로 다루고 있다.
서양철학 사조 가운데 대중 교양과 심리 건강 측면에서 가장 추천하고픈 것은 스토아주의와 실존주의다. '철학은 영혼의 약이다'란 말이 있는데, 철알못이 마음 건강을 위해 먼저 복용해야 할 약이 바로 스토아주의와 실존주의라고 믿는다. 둘 모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윤리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서구 윤리학은 크게 결과주의, 의무론, 덕 윤리학 세 갈래로 나뉜다. 결과주의는 최고의 결과를 불러오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은 행위라고 본다. 대표적인 게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다. 의무론은 보편타당한 의무, 규칙에 맞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은 행위라고 본다. 선의지를 강조하는 칸트 철학이 대표적이다. 한편, 덕 윤리학은 올바른 덕이 무엇이고 그 덕을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스토아주의가 대표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레테'라고 부른 덕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 전반을 의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지성의 덕'과 '성격적 덕' 두 가지로 구별했다. 지성의 덕에는 이론적 지식, 실천적 지혜, 기술적 지식이 있고, 성격적 덕에는 용기, 절제, 정의 등이 있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스토아주의자들은 즐겁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강인하고 현명한 정신의 힘을 갖추는 걸 중시했다. 혼란이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의 안정된 상태인 아타락시아(평정심)와 아파테이아(중용)를 강조한다.
실존주의는 두 가지 문제의식을 던진다. 하나는 '일상 속에서 자기다움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와 같은 주체 지향적 물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할까?’와 같은 정치 지향적 물음이다. 실존주의는 인간성과 자유, 책임감과 더불어 부조리에 저항하는 사회참여(앙가주망)를 강조한다.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실존'이란, 단언컨대 삶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존재를 뜻한다.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고 부연한 이유다.
실존주의는 통상 유신론적 실존주의(키르케고르, 야스퍼스)와 무신론적 실존주의(사르트르, 카뮈, 보부아르)로 나뉘다. 다들 실존주의를 한때 반짝했던 유럽 대륙의 사조로만 간주하는 편인데, 나는 실존주의의 지적 영토를 훨씬 넓게 바라본다. 가령 기독교 신비주의자로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에 포함시킬 수 있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미국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은 무신론적 실존주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