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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는 가까이에 있다. 우리 문화 유전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역사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약간의 호기심과 발품만 들인다면 얼마든지 고즈넉한 역사적 정취를 한아름 담아올 수 있다. 궁궐, 산성, 정자, 사찰 등 역사적 장소와 건축물이 여전히 우리의 발길을 기다린다. 역사학자 신병주의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매일경제신문사, 2025)은 현장감이 있는 역사 서술이 매력 포인트다. 곧장 역사의 흔적을 찾아 답사를 떠나게끔 독자를 유혹한다.
서울 중심지에는 왕과 왕비가 살았던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5대 궁궐뿐 아니라 그들의 신주를 모신 종묘, 나아가 왕을 낳은 어머니들의 신주를 모신 칠궁 등이 모여 있다. '서울 촌놈'을 위해 가는 길을 잠시 살펴보자.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 2분 거리에 경복궁이 있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 5분 거리에 창덕궁이 있다. 그리고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나와 10분 거리에 창경궁이 있고, 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 2분 거리에 덕수궁이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로 7분 거리에 서울역사박물관이 있는데, 뒤편이 바로 경희궁이다.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3분 거리에 종묘가 있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무궁화동산까지 도보로 20분 이동하면 칠궁이 있다.
조선의 양대 호학군주는 세종과 정조다. 각각 집현전과 규장각이라는 학문 연구기관이자 왕실 도서관을 세웠다. 세종의 치적이 녹아든 역사적 명소가 경복궁이라면, 정조의 인생 서사가 녹아든 장소는 창경궁과 창덕궁이다. 정조가 태어난 곳이 창경궁 경춘전이고 49세의 나이로 승하한 곳도 창경궁 영춘헌이다. 창경궁에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을 위해 지은 자경전이 있다. 그리고 규장각은 창덕궁 금원 북쪽에 있다. 창덕궁 후원을 가장 잘 활용한 왕이 정조다. 창덕궁 후원에서 경치가 빼어난 10곳을 선정해 이를 '상림 10경'이라 했다.
경복궁의 건물과 사물은 당시 세종의 업적과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고종 시대 설치된 수정전이 바로 집현전이 있었던 곳이다. 경복궁은 웅장함보다는 실용성과 상징성을 위주로 만들어졌는데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하지 않게)'의 정신을 반영한다. 경복궁이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고종 때 중건되기 전까지, 창덕궁이 법궁, 창경궁은 경희궁과 더불어 이궁의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