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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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가스라이트 효과는 정서적 학대의 대명사다. 가스라이트 효과란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정서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다. 30년 넘게 정신분석가로 활동한 심리전문가 로빈 스턴이 만든 술어다. 가스라이트 효과는 일상적이고 친밀한 대인관계, 가령 남편과 아내, 선생과 제자, 직장 상사와 부하 등 모든 '갑을 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다. 사적인 인간관계와 직장에서의 집단 괴롭힘은 대부분 가스라이팅과 관계가 깊다.

"가스라이팅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여기며 자존심을 세우고 힘을 과시하는 ‘가해자(가스라이터)’와 상대방이 자신의 현실감을 좌우하도록 허용하는 ‘피해자(가스라이티)’ 사이에서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이상화하고, 그들의 인정이나 사랑, 관심이나 보호 등을 받기 위해 가해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한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상대방에게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일수록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기 쉽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러한 취약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12쪽)

가스라이팅은 아무도 모르게 자행되는 괴롭힘이다. 혼란과 의심의 씨앗을 뿌리며 상대를 정서적으로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은 대부분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모욕적인 언행, 자살 위협 또는 끔찍한 다툼 등 소위 '정서적 파멸'로 피해자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가스라이팅이 지금 사회 전반에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다. 저자는 세 가지 문화적인 요인을 지적한다. 바로 "성 역할의 근본적인 변화와 그에 대한 반발", "개인주의의 만연과 개인의 고립", 그리고 "사회의 압력과 세뇌"이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회나 엘리트 조직일수록 가스라이팅 경향이 심하다. 가령 미국의 트럼트 대통령은 가스라이팅 고단자다.

가스라이팅 효과란 명칭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가스등〉에서 왔다. 평범한 여성이 남편의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로 인하여 쇠약해지고 의존적으로 변해가면서 혼란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남편 그레고리는 부유한 아내 폴라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거짓말과 증거 조작으로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아간다. 그레고리는 폴라의 불안감과 자신에 대한 이상화를 이용해 그녀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 애인, 배우자, 상사, 스승처럼 피해자가 사랑하고 신뢰하거나 최소한 자신을 평가할 만한 권위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가해자들은 이론상으론 매력적인 유형, 선량한 유형, 그리고 난폭한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대다수 가해자들은 정작 이 세 유형을 번갈아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가스라이팅은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가 함께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관계다. 피해자들이 가스라이팅에 걸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 때문이다. 여기에 가해자의 감정 폭발에 대한 두려움과 가해자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가해자의 왜곡된 견해에 세뇌당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피해자는 스스로를 능력도 없고 현실감각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가스라이팅은 정서적인 성장과 개인적인 발달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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