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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독단, 야망 - 위험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티브 테일러 지음, 신예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불통과 독단, 야망에 빠진 위험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본성과 양육의 앙상블이랄까. 유전자와 병리적인 문화가 상호작용해 낳은 괴물이랄까. 악한 본성은 타고나는 기질이기도 하다. 악명 높은 독재자 히틀러와 스탈린을 떠올려보라. 가령 히틀러는 극도로 제멋대로의 성격에 정신병증과 나르시시즘, 편집증 등의 특성을 보였다. 본성 측면에서 본다면, 위험한 리더는 '어둠의 삼요소'로 불리는 사이코패시와 나르시시스트적 인격 장애, 마키아벨리적 특성이 강하다. 다수의 위기와 희생에 무감각한 위험한 독재자는 공감 능력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며 권력욕에 집착한다.
그리고 애착 장애를 위시한 어린 시절에 겪은 부정적 경험과 트라우마가 이런 어둠의 삼요소에 불을 지른다. 특수한 양육 환경과 문화적 기류가 공감 능력 제로, 폭발하는 자아, 야망을 향한 광기, 도덕성 상실 같은 어둠의 성격적 요소들을 자극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가부장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하고 승패에 집착하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병리적인 문화 기질이 그러하다.
영국의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는 본성과 양육의 전형적인 코드 대신에 단절과 연결의 코드로 개인과 사회의 유형을 파악한다. 저자는 '연결의 연속체'라는 모델을 제시하는데, 이는 양극단에 '극심한 단절'과 '강력한 연결'로 자리매김되고, 각각 '초단절형 인간'과 '초연결형 인간'으로 유형화된다. 그리고 평범한 장삼이사는 연속체의 중간 정도에 자리잡고 있다. 초단절형 인간은 공감 능력과 양심의 부족, 잔인함, 이기적임, 도덕성 없음 등이 특징이다. 반대로, 초연결형 인간은 공감 능력과 연민, 이타심이 강하고 사심 없음, 보편적 도덕률을 따르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이른바 '초단절형 인간'이 불통과 독단과 야망에 빠진 위험한 리더가 된다고 진단한다. 초단절형 리더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권력과 부, 성공을 향한 강박적 욕구다. 불통과 독단의 리더는 인류 역사에 늘 존재했다. 다만 어둠의 삼요소 가운데 방점이 찍히는 유형이 좀 달라졌다. 과거엔 사이코패스적 리더들이 주류였는데, 오늘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나르시시스트적 리더들이 대세다.
사이코패시와 나르시시스트적 인격 장애로 설명되는 초단절형 리더가 등장하기 좋은 최적의 사회 조건은 '고독한 대중'이란 표현처럼 사람들이 외롭고 서로 단절 분열되고 빈부 격차가 당연시되는 가부장제 사회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다시금 '병리주의'라는 말로 묘사한다. 병리주의는 폴란드의 심리학자 안제이 로바체브스키가 만든 용어인데, "병리적 소수파가 정상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를 통제하는 정부 체제"를 말한다. 정부의 병리적 현상은 이내 전염병처럼 일반 대중에게 퍼지고, 일반 대중들은 권력욕의 화신인 독재자의 충동성을 결단력으로, 나르시시즘을 자신감으로, 무모함을 대담함으로 착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