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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심플하게 - 오늘도 나는 심플하게 출발한다, 개정판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나무생각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선불교 같은 바른 사상을 일상적 삶에 접목하면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삶이 심플해진다는 점이다. 일상을 심플하게, 생활을 간소하게. 그것이 바로 선의 정신이다. 삶의 심플함, 생활의 간결함은 평상시 선수행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된다. 화려한 잉여의 삶에 길들여진 이들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짙은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기름진 진수성찬에 길들여진 이들이 거친 먹거리에 입맛을 잃는 것처럼 말이다. 화려한 자극에 중독된 이들은 결국 살아갈 맛을 잃게 된다. 오직 담박한 삶의 자세를 견지해야 오래 갈 수 있다. 잉여는 풍요의 병이고, 명을 재촉한다.
일상선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작가 마스노 슌묘는 겐코지 주지이며 마음이 쉴 수 있는 '선(禪)의 정원'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일본 도쿄의 '캐나다 대사관 정원', 세룰리언타워 도쿄호텔의 '일본 정원' 등을 디자인했다. 저자는 《일상을 심플하게》(나무생각, 2025)에서 선불교의 '공적영지'와 같은 추상적인 빅워드 대신에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팁을 알려준다. 이른바 '뺄셈의 생활방식'이다. 이런 뺄셈의 생활방식이야말로 선의 생활방식이면서 동시에 가장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선의 정신이 심플함, 간소한 생활에 있다면서, "심플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너저분하고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소중한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삶이 간소한 삶이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채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일절 남겨두지 않"는 것이 바로 선의 기본 생활방식이다. 보다 넓게 말한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정해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바로 선의 생활방식이다. 저자는 선의 이런 생활방식을 가리켜 '자가발전형 생활방식'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저자는 선종의 가르침을 담은 다양한 문구, 즉 선어(禪語)를 활용해 선의 지혜를 일상에 녹여낸다. 가령 '형직영단'(몸의 자세가 아름다우면 그 사람의 그림자도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각하조고'(신발을 가지런히 하라), '죽유상하절'(대나무는 위아래로 마디가 있다), '끽다끽반'(차를 마실 때는 차 그자체가 되고 밥을 먹을 때는 밥 그 자체가 되라)과 같은 구절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