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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 예술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 작품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다. 예술 작품과 화가의 분투적인 삶에서 우리는 인생 나침반과 같은 소중한 가치관을 배울 수 있다. 작품 너머 예술가의 재능과 열정, 시대적 역경과 개인적 고난을 곰곰이 반추해 본다면 어떤 영감을 받거나 창조적인 통찰력까지 키워볼 수 있다. 가령 불타는 밀밭과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고흐에게서, 수련과 연못을 수없이 그린 모네에게서 바로 그런 예술적 열정이나 근성, 창조적인 영감의 화끈한 불씨를 얼마든지 얻어가곤 한다.
특히 자기를 모델로 하는 자화상과 여성을 모델로 한 초상화는 개인의 영혼을 울리는 싱잉볼이 되기에 충분하다.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 〈베스트 오퍼〉를 보면 여성 초상화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노년의 경매사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밀실 사방에 수백 여점의 여성 초상화가 걸려 있다. 분명 경매사는 여성 초상으로 가득찬 밀실이 가슴을 울리는 경이로운 천국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세심히 뜯어봐도, 경매사의 밀실에 요한나 봉허의 초상화는 없었다. 요한나 코헨 고샬크가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 요한나 봉허는 어떤 인물인가. 봉허는 빈센트 반 고흐를 세계적인 화가의 지위에 올린 일등공신으로, '동생 테오'의 안사람이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서신집을 정리하고 번역해 고흐의 예술성과 따스한 인간미를 대중에게 각인케 하는 데 기여했다. 어디 이뿐이랴. 봉허의 아들 빈센트 빌럼 반 고흐는 큰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는데, 1973년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다시 말해서, 고흐의 천재성과 회화적 가치를 만방에 알리는 데는 제수씨와 조카의 노력이 매우 컸다.
나는 아방가르드 계통의 그림에 관심이 많다. 미술사가이자 아트컨설팅 전문가 김영애의 책 《아트 인사이트》(마로니에북스, 2025)에서 '아르테 포베라'라는 이탈리아 회화 운동을 알게 되었다. '가난한 예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아르테 포베라는 1967년 무렵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현대 미술 운동이다. 전통적인 예술 재료 대신에 나무, 흙, 천, 금속, 돌, 폐품 등과 같이 "버려진 재료와 일상 속의 연약하고 사소한 모든 것을 활용한 작품들"이 특징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흔히 미술관에 가서 '이런 건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버리기 쉬운 작품들이 아르테 포베라의 특기다. 그러고보니 공터나 개천가에서 콜라나 환타 같은 병뚜껑을 주으러 다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와 동네 친구들은 본질적인 차원에서 아르테 포베라 미술가였다. 그 많던 들꽃처럼 펼친 병뚜껑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