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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점은 진한 쉼표다. 정신의 휴식처이자 마음의 충전소가 서점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서점을 순례한다. 작가 보르헤스는 천국이 도서관을 닮았을 거라는 유명한 말을 했지만, 아름다운 서점이야말로 천국과 가장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서점은 "책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이다. 아름다운 서점을 만나는 일은 아름다운 사람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기쁘고 설레고 흐믓하다.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서점은 매력적인 사람의 인간미를 풍긴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공간 디자인을 무대로 삼아 지식과 교양이 가득한 서점은 조급하고 성마른 우리 삶의 진정한 쉼표가 되어준다.
그림책 작가 마리야 이바시키나가 바로 그런 개성 넘치는 특별한 서점들을, '아늑한 쉼표들'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서점도 포함되어 있는데 책방 소리소문과 평산책방 두 곳이다. 책방 소리소문은 제주 한림에 자리한 한옥을 개조한 독립서점으로, 소리소문은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란 뜻이다. 평산책방은 경남 양산에 위치한 동네책방으로, 책방지기가 문재인 전대통령이다. 세상의 모든 책방지기는 책을 사랑하고 책의 힘을 믿는 인문의 수호자다.
시선을 가까운 이웃나라로 돌리면, 중국 충칭의 쫑슈거(鍾書閣)와 일본 도쿄의 모리오카 쇼텐이 들어온다. 쫑슈거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유명한데, 책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힌 바 있는 충칭점을 소개한다. 모리오카 쇼텐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주에 한 가지 책만 판다는 점이다. 매주 전시되는 책은 서점 주인 모리오카 요시유키 씨가 직접 엄선한다. 모리오카 쇼텐은 1929년에 모더니즘 스타일로 지어진 스즈키 빌딩 1층에 있다.
'전 세계 서점들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730개가 넘는 서점이 있는데, 이중 가장 독보적인 서점이 바로 엘 아테네요 그랜드 스플렌디드다. 그랜드 스플렌디드는 원래 극장 건물이었다가 영화관을 거쳐 다시 서점으로 거듭난 역사적 명소다. 엘 아테네요는 1912년부터 고전 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소개해온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문학 전문 출판사다.
매일 아침 오전 10시 47분에 문을 여는 서점도 있다. 바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10-47번지에 위치한 윌보라다 1047 서점이다. 서점명은 1047년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으로 공표한 첫 여성이자 책 장수들의 수호성인인 비보라다에서 왔다. 성인 비보라다가 지켜낸 장크트갈렌 수도원의 도서관 문에 그리스어로 새겨진 말 '마음의 치유소'가 서점의 모토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독립서점을 아는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에 있는 바츠 북스가 주인공이다. 리처드 바텐데일이 1964년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책장을 세워놓고 그 옆에 빈 유리통을 두어 지나가는 이들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던 게 서점의 시작이다. 주석으로 만든 칸막이와 천막이 15만여 권의 책을 습기와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