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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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대의 화두가 되는 말들이 있다. 가령 '진정성'이 그러하다. 진짜와 가짜, 원조와 짝퉁, 참과 사이비, 진실과 거짓의 힘겨운 줄다리기 담론에서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진정성이다. 대중들은 진정성이란 말에서 진실, 정직, 믿음, 순수의 의미를 떠올린다. 그래서 진정성은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도덕적 판단의 최종 기준이 되곤 한다. 그런데 뭐든지 과하면 흉을 부르는 법이다. 진정성도 도를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진정성 담론이 범람하게 되면 오히려 진실, 정직, 믿음, 순수의 힘이 시들해지기 쉽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에밀리 부틀은 현대 문화에서 마치 시대의 명령이나 이데올로기적 교리처럼 변한 '진정성의 역설'을 지적한다. 진정성이 있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에 모두가 시달리고 있는데, 그건 자유가 아니라 억압이라고 말이다. 진정성은 본래 자유를 추구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교리가 될 때 오히려 자유를 빼앗는다고 말이다.

저자는 진정성의 의미를 사물의 진정성, 질적 측면의 진정성, 자아의 진정성으로 파악한다. 사물의 진정성이란 어떤 물건이 진짜이고 그것이 표방하는 바와 같음을 뜻한다. 질적 측면의 진정성이란 '진정성이 있다'는 말을 소탈하고 유기적이며 공감 가는 것의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다. 자아의 진정성이란 각 개인에게 실현해야 할 고유한 자아, 맞추어 살아야 할 자신만의 진리가 있다는 개념이다. 진정성의 세 가지 의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아의 진정성이다.

저자는 문화비평적 시각에서 진정성 담론을 문화(셀럽, 예술), 정치(제품, 정체성), 자아(순수성, 고백) 세 주제로 구분해 논한다. 비판의 촛점은 진정성 문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거나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하는 영역에 맞춰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진정성에 잠식되고 있는데, 이는 셀럽 문화에서 특히 심하다. 대중은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우상화하고, 소셜 미디어는 셀럽이 대중적 취향에 맞는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편리한 무대가 되었다. 미국 모델 겸 방송인 킴 카다시안의 성공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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