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낯선 나에게 -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사라 큐브릭 지음, 박선령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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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좀비 시대다.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런 확신이 든다. '스몸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공동묘지에서 나온 듯한 흐리멍텅한 눈, 비틀어진 자세, 휘청거리는 다리로 번화가를 몰려다니는 좀비는 진정한 자아와 감수성을 상실한, 무감각한 도시인의 초상이다. 실존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는 심리치료사 사라 큐브릭은 '자기 상실'을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파악한다. 자기 상실이란 "자신의 자아가 되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자신의 진정한 본질과 멀어져서 조화, 공감, 동맹 의식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자기 상실은 자신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공허감, 단절감, 좌절감, 불행을 느끼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좀 거칠게 말하면, 자기 상실은 '내적 동의'를 붕괴시키는 실존적 상실이다. 내적 동의란 "삶을 긍정하고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감정, 본질, 자기에게 중요한 것, 신념, 개인적인 독특함, 태도, 목적을 긍정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말한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 동조 압력, '남들 다 그렇게 산다'는 평범한 상식에 부응하기 위해 내적 동의가 붕괴되면서 자신의 본질을 잃고 자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근근이 버티다, 끝내 우울과 불안, 공황발작, 섭식장애, 약물중독, 자해와 같은 여러 고통스런 문제들을 겪게 된다.

"자기 상실을 겪으면 자기의 감정, 신체, 생각, 신념, 관계, 의미, 자유, 가치와 분리되거나 소외되는 것처럼 느껴진다."(30, 31쪽)

실존주의 상담 치료의 이론적 토대는 장 폴 사르트르, 쇠렌 키르케고르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알프레드 랭글의 실존 분석학이다. 실존주의 상담 치료사로서, 저자는 우리의 '자아' 감각이 행복, 관계, 성취의 핵심이며, 자아에는 자유, 선택, 책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자유, 선택, 책임의 부담을 받아들여야 진정성과 의미가 있는 존재 방식이 가능하다. 즉, 활발발한 자기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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