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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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란」에 나온 30대 배우 박정민은 글을 쓰고 만드는 작가이자 1인 출판사 사장이다. 출판사는 설립 이래 적자를 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책방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 없는지 묻는 건 잔인한 일일까. 글을 쓰고 만드는 업종을 떠나, 책을 사랑하는 간서치들의 순수한 몽상 가운데 하나가 책방 운영이다. 문제는 독서불모지로 유명한 한국에서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깜냥이 되는가다. 색깔 있는 작은 책방의 책방지기가 되려면 불황과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한강도 '책방 오늘'이라는 작은 서점을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6년 내리 적자에 허덕였다고 한다.

한국의 책방 폐업률은 무시하지 못할 지경이다. 지금이야 국민적 경사인 노벨문학상 특수여서 오랜만에 신통방기한 독서열풍이 불고 있지만, 반짝 유행이 되지는 않을지 늘 노심초사하게 된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의 전쟁 모드가 과열되는 분위기라 더욱 그러하다. 바깥 분위기가 매케하고 요란한데, 마실 나간 셈 동네 책방을 둘러 천천히 서가를 구경하고 맘에 와닿는 책을 사 볼 여유를 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방지기를 꿈꾼다. 지역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그런 작은 책방 이미지를 그려본다. 책방의 규모보다 위치가 중요하고(코스트코에 내 책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대의 배열보다 책방지기의 개성과 안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건축, 사진, 영화 등 특정 주제를 가진 테마 서점이 좋을 것 같다. 신출내기 책방지기는 '힐링' 테마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불안과 노이로제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책방 규모라면 30평을 넘었으면 좋겠지만 30평 미만이 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고객의 동선이 넓고 편했으면 좋겠다. 아, 머리가 아주 번잡해진다. 어떡하지 싶을 땐, 독서강국인 이웃나라 일본을 살피는 게 좋다.


이 책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현익출판, 2024)은 일본 각지에 있는 개성 넘치는 로컬 서점 40곳을 소개한다. 책장, 매대, 계산대 등을 찍은 사진과 매장 디스플레이를 한 눈에 보여주는 평면도로 책방의 특색을 설명한다. 아울러 방문객을 유인하고 매출을 늘리는 책 진열 방식이나 조명과 음악, 행사 기획, 매장 운영 마케팅, 경영 지속을 위한 노력 등 현실적인 팁들을 알려준다. 특화된 큐레이션, 커뮤니티 허브, 협업 및 네트워크, 복합문화공간, 테마 서점, 부가 상품 및 서비스 같은 재정적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들은 현역 책방지기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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