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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 - 비루한 삶도 고귀한 삶도 부활한다 ㅣ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4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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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혁명을 일으키려면 실존철학을 곁에 두어야 한다. 나는 특히 '실존철학 삼총사'에 주목한다.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바로 그런 삼총사다. 셋 모두 우리 삶에 변화와 개혁을 불러올 자기성찰의 철학을 지향했다. 일반적으로 키르케고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극복한 니체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자로 분류된다. 실존주의 삼총사의 철학은 오늘날 정신의학과 임상심리학과 결부된 '철학 치료' 계보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니체 철학은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푸코의 계보학, 데리다의 해체주의, 들뢰즈의 존재론 등이 대표적이다.
철학자는 형이상학적 이분법에 능숙하다. 플라톤은 현실세계와 이데아(이상세계)를, 칸트는 현상세계와 물자체를, 쇼펜하우어는 표상의 세계와 의지의 세계를 구분했다. 니체 철학을 이해하려면 쇼펜하우어 철학에 대해서도 알아두어야 한다. 『니체 읽기의 혁명』(철수와영희, 2024)에서 저자 손석춘은 니체가 어떻게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수정하고 보완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가령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는 우주의 본질이 '맹목적 의지'이고, 사람의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미적 관조나 연민, 금욕을 제시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허무한 '시계추 인생'을 삶의 모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영원회귀 우주론'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저자는 '영원회귀 우주론'과 '힘에의 의지' 같은 핵심 개념에 기대어 니체 철학의 혁명적 읽기를 제안한다. 그간 니체 철학을 반민주주의나 귀족주의로 폄하하는 일부 편향된 해석이 있어왔는데, 저자는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니체를 비루한 삶을 극복하고 힘에의 의지를 긍정하는 주권자 개인으로서 창조적 삶을 권유했던 실천 철학자로 자리매김한다.
니체는 위대한 명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허무주의, 모든 가치들의 전도, 운명애, 힘에의 의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초인(위버멘쉬, 극복인) 등 '삶의 건강성 회복'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소개한다. (나는 저자의 '극복인'보다 기존의 '초인'이라는 번역을 더 선호한다.)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초인 개념은 우리 삶에 질적 혁명을 불러 일으키는 삼대 원동력이다. 초인은 건강한 주체성과 창조적 삶과 밀접하게 결부된 자기실현 개념으로, 니체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미래의 창조적 인간 예술가-철학자를 뜻한다. 저자는 초인을 창조적 삶을 발명하는 주권적 개인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