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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장 앙리 파브르 서문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장 앙리 파브르는 위대한 과학자다. "철학자처럼 생각하고 예술가처럼 보고 시인처럼 느끼고 표현하는" 위대한 자연과학자였다. 파브르는 곤충과 식물, 버섯을 사랑한 철학자, 화가, 시인이었다. 가령 파브르는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과 교류했고, 세리냥의 '아르마스'(파브르의 집이자 연구실)에서 은둔하던 말년의 파브르는 "초자연적인 특징, 유기물의 복사 에너지, 인광, 빛, 위대한 보편적 에로스의 살아 숨 쉬는 상징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올리브 재배 지역 균류에 대한 700여개의 세밀화를 남겼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파브르를 두고 '견줄 데 없는 최고의 관찰자'라고 예찬한 바 있는데, 파브르의 문장은 서정적인 자연주의 문체와 생태학적 비유로 '초록색 시학'의 경지에 달했다.
훗날 늘상 '곤충학의 아버지'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고, 당대에도 "곤충의 베르길리우스", "들판의 무수히 많은 작은 생물의 언어를 아는 훌륭한 마술사"와 같은 칭호를 받았지만, 파브르는 곤충학자 이전에 스스로를 박물학자로 여겼다. 맞다, 파브르는 소박한 취향과 야생의 자유로운 공간과 전원생활의 풍경을 사랑한 천재 생물학자였다.
『파브르 식물기』와 『파브르 곤충기』는 '자연의 경전'이다. 3년마다 한 권씩 출간, 도합 열 권의 『파브르 곤충기』가 곤충학의 성경이라면, 단행본 『파브르 식물기』 는 자연과학의 전도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브르 곤충기』가 어린 동심을 곤충의 기묘한 세계로 이끈 친절한 안내서 성격의 과학 고전이라면, "식물은 동물의 자매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파브르 식물기』는 녹색 생명을 사랑하는 자연과학 꿈나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형태학적 지식을 넓혀준 과학 양서가 아닐 수 없다.
지구 환경 위기와 기후 재난이 극심한 요즘이다. 150년 전 평생 초록색 자연과 교감하며 지낸 파브르의 세심한 기록과 다정한 조언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어야 할 때다. 이 책 『위대한 관찰』(휴머니스트, 2024)은 자연주의자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을 담은 평전이자 회고록이다. 파브르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명윤리, 과학탐구의 정신을 서정적인 문체로 잘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