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꼭 봐야 할 100편의 영화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는 각인 효과가 크다. 가령 영화 『미션』은 언제나 내가 첫째로 꼽는 인생영화다. 그런데 초등학생 때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는 대부분 유치했다. 그나마 좀 어른스러웠던 작품은 80년대 유명 가수 이용이 주연인 영화『잊혀진 계절』이었다. 이용과 전영록의 열혈팬이던 사촌누나와 같이 본 게 기억난다. 다시 초등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볼 것이다. 어릴수록 거장이 만든 일류 작품을 다양하게 접해봐야 한다.

지브리 설립자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거장이다. 소년소녀를 티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게 만든 티비 만화 시리즈「미래소년 코난」「알프스 소녀 하이디」「엄마 찾아 삼만리」「빨강머리 앤」등이 바로 이들 거장의 손에서 나왔다. 참고로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말한다. 《지브리의 철학》이란 책에 따르면, 다카하타 감독의 특기는 "보통 사람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것"이고, 미야자키 감독의 특기는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모험 활극 판타지"다.

단언컨대, 지브리 작품은 죄다 "인성의 교과서, 창의성의 선생님이 되어 줄 영화들"이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천공의 성 라퓨타』『이웃집 토토로』『반딧불이의 묘』『마녀배달부 키키』『추억은 방울방울』『붉은 돼지』『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귀를 기울이면』『모노노케 히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마루 밑 아리에티』『하울의 움직이는 성』『벼랑 위의 포뇨』 등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붉은 돼지』이지만, 지브리 작품을 처음 접하는 저학년생에게는 『벼랑 위의 포뇨』와 『이웃집 토토로』를 먼저 권할 것이다. 다섯 살 소년 소스케와 마법을 부리는 물고기 공주 포뇨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 상호신뢰가 매우 인상적이다. 내용상 디즈니사의『인어공주』를 떠올리게 하지만, 보다 더 순수하고 건실하고 연대적이며 희망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요즘은 초등생도 성인 못지 않게 불안과 노이로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어린이 대상 전문 심리치료센터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연유다. 초등학생 때 꼭 봐야 할 명작 영화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지친 동심을 위로하는 '약손'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데 그런 100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엔 어린 관중의 영화 감상을 돕는 질문들이 다섯 문항씩이나 나온다. 너무 많다. 대신 줄거리 요약을 늘리고 명대사를 좀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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