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인생 수업 - 괴테에게 배우는 진정한 삶에 대한 통찰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전경아 옮김 / 알파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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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 배우려면 거장, 일류, 고수, 달인, 프로, 전문가에게서 배워야 한다. 가령 공 차는 기술을 메시나 손흥민에게 배운다고 치자. 실력이 얼마나 빨리 늘겠는가. 인생 수업도 마찬가지다. 거장에게, 일류에게 배워야 한다. 현재 살아 있는 초일류나 거장, 대문호는 내 옆에 모시기가 매우 힘들지만, 이미 고인이 된 초일류나 천재는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 얼마든지 아무때고 내 앞에 불러낼 수 있다. 괴테를 사숙했던 에커만이나 '일류의 법칙'에 관심이 많은 사이토 다카시는 모두 이런 이치를 잘 꿰고 있었다.

오늘날 매우 세속적인 시각으로 봐도,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일류 인생, 명품 인생을 살았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다간 괴테는 고전주의라는 직구와 낭만주의라는 커브볼을 두루 구사할 수 있는 출중한 문재를 지닌 대문호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였고, 과학자이면서 시인이자 정치에도 능했던 만능인이었다. 나는 베르테르와 파우스트를 통해서 딱 두 번 괴테를 만났다. 그리고 한동안 괴테를 잊고 지냈다. 그럼에도 모방자살의 대명사인 '베르테르 효과'라는 술어는 여전히 내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내가 아직 펼치지 않은 괴테의 작품 가운데 『괴테와의 대화』가 있다. 이 책은 젊은 학도였던 에커만이 만년의 괴테를 만났던 9년간의 메모를 바탕으로 괴테와 나눈 대화를 수록한 책이다. 일본의 인문주의자 사이토 다카시는 이 책의 본질이 '숙달론'이라고 단언한다. 달리 말하면, '일류의 법칙'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 『괴테의 인생수업』은 '발상의 기법'이란 관점에서 『괴테와의 대화』의 가장 중심적 테마인 숙달론을 정리한다. 저자는 괴테의 다채로운 인생 편력과 문학 정신에 깃든 숙달론의 진수를 '집중, 흡수, 만남, 지속, 연소'라는 다섯 범주로 요약한다.

일류는 집중력이 좋다. 집중력을 키우려면 선택과 배제의 균형감 혹은 직감이 있어야 한다. 가령 '표현수단은 최소한으로, 흡수하는 그릇은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 뭔가를 흡수할 때는 폭넓게 흡수하지만, 표현 수단에 있어선 자신의 재능, 기력, 에너지를 집약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영화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오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놓고서 '나는 두부 가게라서 두부밖에 못 만들어'라는 겸손의 말을 남겼다. 또한 일류는 지속력이 좋다. 가령 괴테는 파우스트 집필에만 60여 년이 걸렸다.

일류가 되려면 일류를 만나야 한다. "최고만을 보아야 안목이 생긴다." 괴테는 취향이란 모름지기 가장 우수한 것을 접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중급품이나 중간 정도 수준의 작품을 많이 본다고 해서 취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고를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는 발상에 내 무릎을 쳤다.

인생은 유한하다. 따라서 어차피 열정을 쏟을 거라면 어중간한 것보다는 가장 좋은 것에 쏟아야 한다. 가령 일본 문학의 정점을 맛보려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을, 고전 음악의 진수를 맛보려면 모차르트를 접하면 된다. 장르를 굳이 가릴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장르든 정점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에 와닿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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