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렬
사라 워터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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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도 유행을 탄다. 한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보다 있어보이는 빅워드 '트라우마'가 스트레스라는 상투어를 대신한다. 물론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동의어처럼 사용해도 무방하다. 트라우마란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어떤 사건이나 오랫동안 이어지거나 반복되는 사건의 패턴"을 말한다. 이런저런 스트레스처럼 트라우마 역시 그 스펙트럼이 엄청 넓다.

불안과 트라우마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 사라 워터스는 트라우마를 크게 '빅 트라우마'와 '스몰 트라우마'로 나눈다. 나누는 기준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의 유무다. 일테면 빅 트라우마는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실재하거나 감지되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말한다. 가령 신체 폭력, 교통사고, 파괴적인 자연재해가 대표적이다. 한편, 스몰 트라우마는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위협이 반드시 실재하거나 감지되는 것은 아닌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한다.

저자가 비록 실직, 배우자의 외도, 왕따, 정서적 학대 등을 스몰 트라우마 범주에 넣고는 있지만, "스몰 트라우마가 빅 트라우마보다 더 파괴적으로 느껴지고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형이 대개는 이런 스몰 트라우마일 것이다. 반대로 코로나19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빅 트라우마에 해당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감기와 다를 바 없이 그냥 가볍게 스쳐 지나가 트라우마라는 말조차 갖다붙이기 미안할 정도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경험은 트라우마를 일으키지 않는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우리 내면에 쌓인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마음과 신체, 정신을 파고들어 심리적으로 축적된다.

"트라우마에는 우리의 가장 명료하고 건강한 인지 기능, 정서 기능, 신체 기능, 그리고 행동 기능을 서서히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를 변하게 한다. 만약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고통과 상처는 우리의 자의식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 남은 고통과 상처는 현재의 우리와 과거의 우리가 다르다고 느끼게 만들거나 한때는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삶을 지금은 할 수 없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101쪽)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법으로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 전신 및 에너지 요법, 신경 피드백, 신체 감각 움직임 요법 그리고 사이키델릭 보조 심리치료법 등과 같은 게 있는데, 이에 대해 일일이 상술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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