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코끼리 -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로빈 핸슨 지음, 이주현 옮김 / 데이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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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연구나 마음 탐구에 자주 쓰이는 단골 이미지가 있다. 가령 '빙산', '지하실', '그림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바로 '코끼리'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해보자. 의식 연구에선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이 의식이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산의 하부구조를 무의식으로 본다. 지하실 상징 역시 의식의 방에서 잠재의식의 계단을 거쳐 무의식의 지하실로 내려가는 하강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한편, 그림자는 의식적인 자아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페르소나나 이상적인 자아 같은 예쁜 꼴, 화장한 꼴이 아니라 의식적인 자아가 알아채지 못하는 무의식의 성격이나 내면 깊은 곳의 험한 꼴을 가리킨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듯이, 인형처럼 예쁜 페르소나 뒤에는 대부분 감춰지고 숨겨지고 드러내고 싶지 않고, 어쩌면 존재조차 몰랐던 그런 부정적인 그림자가 있다.

자, 이제 코끼리 차례다. 코끼리는 그림자의 또다른 분신이라 할 수 있다.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정하거나 언급하길 꺼리는 중대한 문제. 사회적으로 금기되는 것"을 말한다. 케빈 심러와 로빈 핸슨은 이 표현에 착안해 '뇌 속의 코끼리'라는 멋진 표현을 만들어냈다. 뇌 속의 코끼리는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기제에 대해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특징. 내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선택적인 맹점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바로 '뇌 속의 코끼리'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간은 스스로 마음 속 동기를 점검할 때 전략적으로 눈을 감아 버린다."라면서, 의식적인 행동과 선택 배후의 무의식적인 이기적인 동기를 '뇌 속의 코끼리'라고 명명한다. 유치원생들도 이해할 만큼 아주 쉽게 말하면, 뇌 속 코끼리는 '이기심'이다.

"인간은 숨겨진 동기에 근거하여 행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도록 선택된 종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는 그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른 사람을 잘 속이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자기 자신', 즉 의식적 마음에게조차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자신의 추악한 동기를 자신조차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감추기 쉽기 때문이다."(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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