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책 60 - 7년의 기록! 인문학 칼럼니스트가 꼽은 60권의 통찰
박종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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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서평집은 세상과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창구다. 칼럼니스트 박종선의 서평집 《지금 이 책 60》(조선뉴스프레스, 2024)은 한국인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그동안 높이 쌓아온 서탑의 리뷰로 선보인다. 7년 동안 한반도에 불어닥친 정치문화적 빅이슈를 집중해서 다루고 있는데, 세계 정세를 다룬 정치 외교의 경우는 미중 갈등, 민주주의, 포퓰리즘, 팬덤정치, 북핵 문제 등이 핵심 키워드이고, 사회 문화의 경우는 혐오사회, 능력주의, 세대론, 음모론, 코로나19, 공감의 배신, 완장, 1인 가구, 동물윤리 등이 주요 키워드다.

미중 갈등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를 불안케하는 기본 맥락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중국몽이나 일대일로, 중화민족 부흥 등을 앞세워 지역적 강국을 넘어 세계적 제국을 지향하고 있다. 몸집이 커진 중국은 미국식 질서를 거부하며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데, 가장 큰 시험대는 대만 문제다. 헨리 키신저를 비롯해 대다수 외교통들은 미중 패권 갈등의 승자는 결국 미국일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대결은 3차 세계대전의 강력한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혹자는 중국이 대만을 치기 전에 북한이 남한을 친다는 전쟁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생존과 안보의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 정치의 무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벌어진 양안 전쟁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보다 훨씬 위태롭다. 내로남불의 이념만 난무할 뿐, 깜냥의 인물도 없고 대응 전략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ㆍ안보는 초당적이다. 일본은 자민당 1당 체제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은 독재국가다. 주변국들은 각자 나름대로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나 안보가 냉온탕을 오간다. 국민 여론도 분열되어 있다. 일관된 국가전략을 숙성시킬 만한 여건이 미흡하다. 실제로 주변국들도 우리를 '전략이 없는 나라'로 간주한다. 아무 전략 없이 전쟁에 휘말리면 승패와 상관없이 희생만 떠안게 된다."(54, 55쪽)

한편, 작금의 뜨거운 국내 이슈, 일테면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 사태를 보면,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세상은 느끼는 사람에겐 비극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에겐 희극이다." 사이버 렉카는 순수와 타락, 죄와 벌의 도덕적 이분법과 권선징악적 수사학에 근거해 사회 전반에 증오와 혐오의 독버섯을 확산시키면서 자본과 명예를 노획질하는 일당들이다. 유명 사이버 렉카의 파렴치한 개수작은 한국식 '완장 문화'가 정상의 선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새로울 건 없다. 사이버 렉카는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의 유튜브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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