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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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을 이용한 일기 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쇼펜하우어나 니체,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의 글이 제격이다. 이를 '아포리즘 리추얼'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일기 쓰기 목적이 신변잡기보다는 사색이나 힐링과 명상에 방점이 찍혔다면, 아포리즘은 글쓰기 리추얼을 위한 막강한 도구가 되어준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한때 니체와 바그너가 심취했던 철학자로, 염세주의자나 금욕적인 비관주의자로 종종 소개되곤 한다.

그런 대중적 오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감수성이 불교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쇼펜하우어의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 번역한 역자 홍성광은 쇼펜하우어를 "연민과 온정의 철학자"로 평가한다. 행복과 처세, 삶과 죽음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 요즘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츤데레 스타일'의 연민과 온정 때문이지 않나 싶다.

"운명이 카드를 섞고 우리가 게임을 한다."는 말이나 "인생은 고뇌와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 같은 것이다"란 감성적 아포리즘이 벼랑 끝에 매달린 듯 절박한 오늘날의 한국인 심정과 너무 잘 통하는 것이다. 여기에 매콤함 한 수저 더 추가하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체로 자신의 어리석은 짓거리일 뿐이다." 길거리나 식당과 커피숍 같은 공공장소에서 짓거리나 개수작을 일삼는 쩌리에게 들려주고픈 말이다.

쇼펜하우어의 행복관은 소극적이고 소승적이다. "매우 불행해하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소유하면 매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욕망과 욕구가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상태를 더욱 중시하는데, 특히 인격과 건강을 크게 강조한다. "우리가 가진 것보다 우리의 인격이 행복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한다." 참고로,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자산을 인격, 재산, 명예 세 범주로 나눈다. 여기서 '인격'은 성격적인 측면 외에도 신체적 건강과 명랑한 기질까지 포함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많이 웃는 자는 행복하고, 많이 우는 자는 불행하다."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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