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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엄마 아닌 여자들'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여자들을 말한다. 바야흐로 저출산의 시대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 사회는 유난히 극심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고, 출산과 양육보다 커리어와 사회적 성공을 더욱 우선시하는 임신 기피 여성들이 많아졌다. 물론 여기에 출산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난임 가정들의 문제도 포함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출산 적령기에 있는 MZ 세대 여성들이 엄마 아닌 여자들로 남고자 하는 경향성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 현실과 사회적 지원 부족, 환경 위기를 비롯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엄마 아닌 여자들을 '선택'했다.
"최고 고령자가 40대 초반에 이른 밀레니얼 세대 여성 중 절반 가까이 자녀가 없으며, 점차 더 많은 수가 자녀를 가질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25, 26쪽)
이런 밀레니얼 여성 세대의 선구자 역할을 한 일군의 유명 여성 작가들이 있다. 가령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브론테 세 자매,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같은 이들은 결혼, 자녀,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적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역사적으로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거나,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지 않거나, 스스로를 여성과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24쪽)
잠시 중세 시대로 돌아가보자. 그땐 엄마 아닌 여자들은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할 위험이 매우 컸다. 종교를 기반으로 한 보수적인 가치관은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며 피임이나 낙태와 같은 행위를 악마시한다. 중세의 마녀까지는 아니지만, 현재까지도 엄마 아닌 여자들을 '비정상'이나 '일탈'로 규정하려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전통적인 보수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정치계와 종교계에서 유난히 극심하다. 피임약은 너그럽게 넘어가도, 낙태라는 임신중지 권리만큼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합의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서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로 대변되는 훌륭한 모성의 대표인물인데, 결혼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무장한 '신사임당 신드롬'은 사회 상류층일수록 농도가 짙다. 재벌과 유명 배우의 이혼과 양육권 갈등에 쏟아지는 쓰레기 기사를 보라.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사회적 성취와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역할 모두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모성'과 '여성'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명한 주장을 펼친다.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페기 오도널 헤핑턴에 따르면, 모성의 정체성 혹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생물학적 자녀를 가져야만 모성을 갖추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 어머니, 사회적 어머니, 의붓 어머니, 입양한 어머니, 임시 어머니, 파트타임 어머니 등", 모성의 자리는 기실 복수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