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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심리학 - 당장 써먹고 싶어지는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박수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4년 5월
평점 :
무림비급을 훔치고 싶다면 소림사 장경각에 들어가야 한다. 나한진과 은둔 고승을 피해 잠입에 성공했다 해도, 수많은 장서들 가운데 최상승무공을 툭툭 골라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아니, 최상승이 굳이 아니어도 좋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목숨 하나쯤 건질 수 있는 필살기라든가, 아님 적어도 일대다 혼전의 와중에서 몸 성히 달아날 수 있는 경공술이어도 좋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술을 간파해 낼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목숨이 오가는 무협세계만이 아닌 일상세계에서도 그런 선택과 안목은 필수적이다. 우리 삶의 문제는 태반이 대인관계 문제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다룬 학술 분야에서 실용성 혹은 실전성을 따진다면 심리학을 따라갈 만한 게 없다. 심리학 논문들 가운데 인간관계 기술, 직장 업무 기술, 자기계발과 소비의 심리 기술을 추려놓은 실전서가 한 권 나왔다. "막막한 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그런 명료한 내용 위주다. 일테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설거지만한 것이 없다", "눈을 맞추면 부탁 성공률이 높아진다", "중요한 날에 검은색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솟아난다" 등이다.
나는 요즘 늘 양산을 챙긴다. "태양을 피하면 갈등도 피할 수 있다." 믿기는가. 믿긴다. 납득이 간다. 양산의 그늘이나 손풍기는 '참을 인'자 세 번보다 더 효과적이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도 작열하는 태양빛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운 한여름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날이 무더우면 불쾌지수가 올라가기 마련, 실제로 기온이 높아질수록 흉악 범죄가 증가한다. 야구에서도 기온이 높아질수록 투수가 데드볼을 던질 확률이 높아진다. 자,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면 무더운 날씨엔 시원한 곳과 '아아'를 찾자. 아, 정치도 날씨를 탄다. 해면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해에는 해면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 때보다도 내전이나 내란 같은 정치적 혼란이 두 배나 더 많이 일어났다고. 요번 여름에도 아프리카 못지 않은 무더위가 예상되니 한반도 정세도 걱정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