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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근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평점 :
백세시대, 실감난다. 요즘 연륜 있는 노학자의 에세이나 인생론을 접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아흔이 된 정신과 의사 이근후 선생의 에세이집 《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책들의정원, 2024)을 읽었다. 저자에 대해선 잘 몰랐고, 책을 집어든 건 일차적으로 출판사 이름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고, 책제목에서 뭔가 삶의 막바지 반전이나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긍정의 뉘앙스를 읽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을 펼치니 바로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명언이 나온다. 헬렌 켈러가 남겼다고 알려진 말이다.
선생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위해 살아갈 용기를 가져야"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멋에 살면 된다"고 조언한다. 글 중간중간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을 비롯해 유명인의 명언들이 나오는데, 미국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의 명언이 자주 소개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역시 헬렌 켈러의 멋진 말이다.
학창시절 선생의 스승인 정신과 주임교수의 구두선 "그건 네 문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질문 내용에는 상관없이 언제나 "그건 네 문제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의 경봉스님과 얽힌 에피소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만약 석가모니 출가 당시에 정신과 의사가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한 선생에게, 경봉스님은 "너는 바로 그것을 버려라"라는 답변을 주셨다 한다.
선생은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고, 정신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한 국내 정신의학계의 선구자이시다. 도서관에서 선생의 전작 두 권을 빌렸다.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다산북스, 2021)와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메이븐, 2019)이다. 선생은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는데, '별먼지'로도 불리는 유명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선생의 큰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