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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없는
도키요시 히데야 지음, 김의정 옮김 / 더북에듀 / 2024년 6월
평점 :
인지언어학에 기반한 영문법 교재라서 흥미가 간다. 메타포와 체계기능문법에 푹 빠져 있던 과거의 내 모습도 떠오르고 말이다. 일본의 '영어 장인' 도키요시 히데야는 일단 영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것을 요구한다. 영어가 자아와 타자, 세상과 사물을 표상하는 방식은 우리 한국어 세계의 인지와는 다른 차별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인지 문법의 핵심이기도 하다. 가령 '여기가 어디지?'를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 혹시 'Where is here?'라고 했다면 영어의 시각과는 동떨어진 말이다. 영어로는 보통 'where am I?'라고 한다.
한국어가 "자신이 카메라가 되어 바깥 풍경을 비추는 언어"라면, 영어는 "외부에서 또다른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언어"이다. 한국어에서 주어가 종종 생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발화자가 곧 프레임 밖의 카메라이기 때문에 언어화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영어는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이 특색이다.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때로 돌아가는 초능력이 있는 복귀주처럼 자신을 타자처럼 바라보는 메타적 감각을 키워야 영어를 잘하게 된다.
영문법은 단순히 기계적인 규칙이나 공식 나열이 아니라 '영어 뇌'를 체화시키는 내러티브다. 나는 영어의 4대 영역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고루 잘 하려면 영문법 숙지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영문법의 허리뼈는 5형식 문형이다. 문형은 단순한 어순의 패턴이 아니라 의미를 가진 단위다. 저자의 말처럼, 문형을 공략하는 것은 영어 숙달의 필수 항목이다. 가령 '비용이 들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cost는 3형식이나 4형식 문장 둘 다 사용할 수 있고, 해석했을 때 둘 다 의미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3형식과 4형식에 쓰이는 cost는 심리적인 느낌의 차이가 있다. 3형식에서 cost는 감정이 없이 객관적으로 '(비용 등이) 들다'라면, 4형식에서 cost는 부담을 드러내며, 부담을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다는 느낌이 있다. 이처럼 말에서 '마음'을 읽지 못하면 영어 학습은 단순한 암호 해독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