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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그랩 - 내 정보를 훔치는 빅테크 기업들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닉 콜드리 지음, 공경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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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식민지를 꿈꾼다. 19세기 말 산업자본에 기반한 유럽 제국주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두 바퀴로 삼아 굴러갔는데, 경제력은 주로 식민지의 토지 수탈과 자원 수탈의 방식으로 지탱되었다. 화포, 전력과 철도, 의료, 십자가의 순으로 식민지에 들어와서는 원주민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런저런 불평등조약을 통해 경제적 수탈의 기반을 완성했다. 일제의 토지 수탈, 자원 및 식량 수탈, 인력 수탈의 방식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21세기 정보자본에 기반한 신식민주의는 토지 수탈이 아닌 데이터 수탈의 방식으로 경제력을 지탱하고 있다. 여기서 데이터 수탈의 주동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다. 탈산업 정보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4대 빅테크 기업을 'GAFA'라 하기도 하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더해 'GAFAM'이라고 하기도 한다.
비판적인 미디어 이론가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와 사회학자 닉 콜드리는 《데이터 그랩》(영림카디널, 2024)에서 탈산업사회의 새로운 식민주의 모드로 빅테크 기업들에 의한 데이터 식민주의를 논한다. 유럽 열강에 의한 '역사적 식민주의'의 수탈 대상이 토지, 자원, 인력 등이고, 민족말살 같은 야만적인 식민지 폭력 형태를 보였다면, '데이터 식민주의'의 수탈 대상은 개인 정보와 데이터 등이고, 차별, 기회 박탈, AI와 알고리즘의 악의적 카테고리 분류 같은 상징적인 폭력 형태를 보인다. 저자들은 전작 《연결의 비용》(스탠포드대학출판부, 2019)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식민화하고 자본주의에 적용하는가를 논한 바 있다.
식민주의를 빼고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는 없다. 유럽 열강들의 식민주의 도구는 개척, 확장, 착취, 말살의 이른바 '4X모델'이었다. 역사적 식민주의의 시기별 주도 세력도 이 모델에 기반해 네 영역으로 나뉜다. 가령 개척의 달인인 스페인, 확장의 달인인 영국, 착취의 달인인 네덜란드, 그리고 말살의 달인인 프랑스와 미국이다. 현재의 데이터 식민주의 모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자들은 과거의 식민주의와 데이터 식민주의의 주요한 유사점을 다음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식민주의는 세계 자원(땅, 천연 자원, 노동력, 데이터)을 '그저 거기 있으니' 차지해도 된다고 취급해 강탈하는 데 기반을 둔다. 둘째, 식민지 강탈의 보다 큰 목적은 자원 수탈을 고착시킬 새로운 사회경제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셋째, 식민지 체계와 세계적인 자원 수탈은 국가와 기업의 공동 작업이다. 넷째, 식민주의는 늘 물리적인 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식민주의는 늘 착취하는 특권층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다수의 대중 사이에 극심한 불평등을 일으켰다. 끝으로, 식민주의 약탈 행위는 늘 긍정적인 문명화의 논리와 교묘한 변명으로 위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