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산책시키기 - 당신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10가지 방법
벤 알드리지 지음, 김지연 옮김 / 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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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존'과 '생활'을 구분한다. 생존이 본능과 경쟁 위주의 삶이라면, 생활은 인간성과 의미 위주의 삶이다. 이런 분별은 철학자 장 자크 루소에게 빚졌다. 루소는 《에밀》에서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생존하기 위해서, 또 한 번은 생활하기 위해서 태어난다."고 했다. 나는 루소의 이 말을 사르트르나 카뮈 같은 실존주의자들의 이론을 더해 좀더 숙고했을 뿐이다. 그리고 인문학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철학이야말로 바로 '생활을 위한 기예'라고 믿는다.

서구철학사를 통틀어 슬기로운 생활을 위한 기예를 가장 잘 보여준 사조가 스토아주의다. 고대 그리스 철학 스토아주의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행복과 평온, 즉 '에우다이모니아'를 바람직한 생활의 목표로 삼는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오늘날 '행복/균형/평온'으로 번역된다. 스토아주의자에게 행복한 삶이란 결국 덕 있는 인간의 삶이다. 스토아주의자는 행복한 삶을 위한 네 가지 기본 덕목으로 지혜, 정의, 용기, 절제를 강조한다.

스토아주의 역사는 크게 세 부류다. 스토아주의를 창시한 그리스 철학자들(제논, 클레안테스, 크리시포스), 그 뒤를 이은 로마 철학자들(세네카, 루푸스,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리고 현대 스토아 철학자들(팀 페리스, 라이언 홀리데이 등)이다. 《바나나 산책시키기》(혜다, 2024)의 저자인 벤 알드리지 역시 현대 스토아 철학자팀의 일원이다.

벤 알드리지는 실용주의 철학, 심리적 안전지대, 정신 건강, 모험 등에 대한 글을 쓰고, 등산, 일본어 공부, 마라톤, 루빅큐브, 미식 체험, 얼음 목욕, 노숙 등을 즐긴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심한 공황 장애를 고대의 탁월한 지혜인 스토아주의로 극복한 천방지축 경험담을 들려준다. 책제목 '바나나 산책시키기'는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고 수치심을 깨뜨릴 수 있는 극기훈련의 일환이다. 이 책엔 스스로 쳐 놓은 심리적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위한 제법 쓸만한 실천적 지혜가 넘쳐난다.

"나는 스토아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 목록을 작성했고, 여러 측면에서 나 자신을 테스트했다. 그중에는 물리적인 도전도 있었고, 정신적인 도전도 있었으며, 심지어 기술적인 도전도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벗어나기를 두려워했던 심리적 안전지대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에 올랐으며, 먼 거리를 걷는 일에도 성공했다. 틈만 나면 추위를 견디는 훈련도 했다. 날마다 찬물로 샤워를 했고,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즐겼으며, 얼음물에 뛰어들었다. 루빅큐브를 1분 안에 푸는 법을 습득했고, 일본어와 종이접기도 배우기 시작했다.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으며 침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잤으며,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기도 했다. 카드를 한 번씩만 보고 카드 덱 전체를 통째로 암기하는 법과 자물쇠 따는 법도 스스로 터득했다. 순전히 내 정신력을 단련하고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그 대열에 합류해 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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