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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5월
평점 :
운동 마니아는 자칫하면 '인간 기상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날이 흐리면 관절 마디가 쑤시는 통에 말이다. 나는 보드를 탄다. 보드류는 가리지 않고 타는 편이다. 보드는 안전한 스포츠인가. 안전하지 않다. 오늘 정말 어이없게 다칠 뻔했다. 미끄러운 붉은색 페인트 길 위에 쥐똥 같은 열매들이 한가득이었는데 보드가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날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팔로 지면을 짚었다. 생존 낙법이랄까. 손바닥을 보니 울긋불긋한 꽃이 만개했고, 쥐똥 열매가 터지면서 내 오른손 바닥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그래, 라이딩을 하다 보면 타박상이나 족저근막염이야 양반 수준이다. 하, 액땜한 셈 치자. 타박상과 염좌는 애교수준이라고 해도, 내 경우 엄지 발톱이 한번 빠지고 늑골 골절은 두 번 겪었다. 가만 보자, 영국 스케이트보드 국대선수 스카이 브라운 선배는 이런 말을 남긴 바 있다. "부상은 나를 멈출 수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보드 입문자에게 헬맷과 장갑은 꼭 권하고 싶다. 만약 트릭에 빠져 있다면 발목 보호대와 정강이 보호대가 필수다.
올림픽 영웅들의 경우는 어떨까. 올림픽 종목별로 비교적 쉽게 다치기 쉬운 부위나 선수 경력을 위협하는 상당히 위험한 부상 유형도 있을 것이다.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굳이 찾아나서지 않아도, 이제 스포츠 엘리트 선수들의 부상 유형에 대해 일반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 이게 다 해부학자 이재호 덕분이다. 저자는 하계 올림픽 중 28개 종목을 선별하여 스포츠 종목의 연원과 특성을 소개하고, 해부학적 시선으로 엘리트 선수들의 주요 부상 유형에 주목한다. 가령 복서에게 치명적인 펀치 드렁크 신드롬이나 파킨슨병, 농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 관절염, 펜싱 선수들의 햄스트링 부상 등이 그러하다. 아,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이야기가 누락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