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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평점 :
자녀가 운동머리가 있으면 아버지가 팔 걷고 나서고, 자녀가 공부머리가 있으면 어머니가 발벗고 나선다. 그동안 학부모를 관찰해온 내 느낌이다. 자녀가 축구나 골프, 보드 등 운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면, 아버지가 열성 코치처럼 나서는 경우를 제법 보았다. 반면에 자녀의 학교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면 어머니가 진학상담가처럼 앞장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같은 사자 전문직을 점찍어놓는 경우도 보았다. 부모가 이렇게 열성 개입하는 경우는 자녀가 재능을 보일 때다. 자녀에게 이렇다 할 재능이나 적성이 보이지 않으면, 자녀의 자율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방목에 가까운 경향을 내세울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엄마들은 거개가 '타이거맘' 유형이다. 타이거맘은 힘과 권위에 기반하여 자식들의 교육과 생활을 틀지우는, 냉정하고 통제적인 양육 스타일을 의미한다. 둘러보면, 교육열이 뜨거운 엘리트 출신의 엄마들이 타이거맘 노선을 지향한다. 타이거맘이란 표현에는 말그대로, 자녀들을 엘리트 스포츠선수처럼 훈육시키는 엄격한 조련사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교육열이 나름 뜨겁지만 통제나 지시 스타일이 아니라 보다 개방적이거나 민주적인 양육 스타일을 원하는 학부모의 경우는 어떨까. 그럴 경우, '다정한 관찰자' 유형의 양육법이 어쩌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정한 관찰자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교육전문가 이은경이 내세우는 부모상이다. 자녀가 기대만큼 잘하지 못해도 섣불리 실망하지 않고, 염려한 대로 게으름을 부려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양육 스타일을 말한다. 여러모로 개성이 뚜렷한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의 양육 경험을 들려주는데, "아이는 대부분 내 기대보다 낮은 점수와 레벨을 들고 온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저자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범생이 큰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금쪽이' 둘째를 키우고 있다.
"아이는 성장하며 지겨울 만큼 계속 실수하고 실패할 것인데, 그때 엄마는 아이를 나무라고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존재가 될 것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끝내 방법을 찾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208쪽)